매일신문

실향민 귀순자 반응

○…실향민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친지나 선산이 있는 북녘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3일 귀환발언에 환영과 기쁨, 기대감을 표시하며 이번 약속만큼은 남북 모두가 지켜줘야 하고 나아가 이를 계기로 고향방문의 물꼬도트였으면 하는 희망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환영분위기 뒤편에는 그들이 한동안 살았던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도 뿌리깊게 남아있었다.

임진각 행사장에서 정회장의 귀환모습을 지켜보던 실향민 한준명(韓俊明·75)씨는 '금강산관광이 가능해진다'는 소식을 듣자 눈시울부터 붉어졌다.

평북 운산군 광산지대에서 살다 1·4후퇴때 내려왔다는 한씨는 "고향방문이 성사됐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당장은 고향에서 조금이라도 가까운 금강산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가슴설렌 표정을 지었다.

반면 함남 홍원군 출신 한 실향민(82)은 "내일 갈 수 있다고 해도 실제 갈 수 있는지는 내일 가봐야 아는 것이 북한"이라며 "잠수정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고 과연 이번 일이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1·4후퇴때 함북 나진에서 피난 내려온 강승훈(姜昇勳·67·경기 안산시 수암동)씨는 "남북이 화해·교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관광만을 위한 방북은 반대한다"고 말했다."남한에 구경할 곳이 없어서 꼭 북한에 가야 하느냐"는 것이 강씨의 주장.

그는 대신 "우리 실향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관광이 아니라 고향의 가족·친지나 선산 등을 죽기 전에 꼭 보는 것"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황해도 중앙도민회 소식지인 '황해민보사' 편집국장 유창순(柳昌淳·70·황해도 연백출신)씨는 "금강산을 방문하게 됐다는데 기쁘지 않을 실향민이 누가 있을까"라면서도 "평화의소떼를 갖다줬는데도 잠수정을 침투시키는 저들(북한)의 행태로 미뤄 이번 발표도 물거품이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89년 정회장 방북때도 이산가족의 북한방문이 곧 이뤄지겠구나 했다가 물거품이 된 적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모쪼록 이번에는 북한이 끝까지 마음을 바꾸지말고 금강산 관광이라는 약속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출신 귀순자들은 금강산 관광이 올 가을부터 시작된다는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의 방북결과 보고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귀순자 가운데 일부 인사는 외국인들은 육로를 통해 금강산을 오가는데 해로 관광유람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또 다른 귀순자는 관광 가이드(안내원)로 활동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 고위층 출신인 K씨는 "자기 땅을 걸어서 가지 못하고 해로를 통해 간다고 하는 것이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금강산 경치가 명승인 것은 분명하지만 외국인들이 구경하는 것과 남한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가서 보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해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남한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만물상(萬物相)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만물상 입구에서부터 만물상까지 왕복에만 하루가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면서 "낮에는금강산을 구경하고 밤에는 유람선에서 잠을 자게 된다"는 일정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이밖에 다른 상당수 귀순자들도 금강산 관광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귀화하기 전날 북한 잠수정이 동해에 침투한 사실이 있고 이 사건이 남겨 준 '찜찜함'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이들에게는 옥수수 5만t이 북송되는 바다 밑에서 북한 잠수정이 침투 또는 정찰활동을 하고있는 것이 남과 북의 현실로 받아들여지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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