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정핵심과제 답보-DJ정부 "되는 일이 없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권 4개월 반만에 국정전반에 걸쳐 처음으로 큰 시련에 봉착하고있다. 정치,경제, 대북문제 등 국정 핵심과제에 있어 정권이 당초 구상한 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는데다 오히려 이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란의 위기속에 박수를 받으면서 출발한 현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첫 고비를 맞고 있지 않느냐는 섣부른 얘기마저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야당내에서는 "사정(司正)만 있고 국정(國政)이 없다"는 식으로 비아냥대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경제분야를 보면 뒤늦게 발동했지만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혁이 시작되고 있지만 순조롭지만은 않는 듯하다. 구조조정작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 설정이 제대로 안된데다구조조정작업도 치밀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부대로, 재계는 재계대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각각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주도의 인위적인 3대 대기업간 빅딜추진은 당사기업들의 반발과 극심한 후유증의 우려탓으로 대기업간 자율추진으로 정리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55개기업과 5개은행퇴출도 사전, 사후처리미숙으로 다소 혼란이 있었고 이는 향후 대대적인 기업과 은행퇴출작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의 관건을 쥐고 있는 노동계가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하며 정부와의 공동보조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미 양대 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하며 정부를 옥죄고 있다.정부가 가장 내세우고 있는 노동계와의 협력이 이제 물건너 갈 위치에 놓여있다. 이는 현정부는 물론 외국투자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정치분야는 여야관계가 최악의 관계속에 국회는 원구성조차 하지 못한채 제헌절을 맞을 순간에 있다. 대통령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역설해왔던 한나라당 과반수의석 붕괴를 근간으로하는 정계개편 추진도 뜻대로 된 게 없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의 감정의 골만 깊게하는 꼴만 되어버렸다.

여당의 핵심축인 국민회의는 개혁추진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내각의 행동반경도 대통령의 지시틀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뭔가 개혁의 견인차구실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정부가 호언하고 있는 대북분야에 있어 햇볕정책은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침투 도발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난 잠수정 침투사건때도 햇볕정책에 대한 무리한 집착으로 인한 대북 저자세로 보수세력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는 가운데 다시 무장간첩침투사건이 발생,대북대응에서는 속수무책인 형국이다. 북한은 햇볕정책을 고도의 북한붕괴전략으로 간주하며 대남전략을 강화할 조짐이어서 정부는 북측과 남측 보수층사이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는셈이다.

한편 일련의 사태에 대해 청와대의 한 인사는"국난상황에서 재계, 정치인, 노동자, 북한등어느 것 하나 상대하기 쉬운 것이 있느냐"면서"이 정도까지 끌고 온 것도 대단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래도 청와대측은 인내심을 갖고 기존방향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경제분야의 구조조정은 9월말까지 예정대로 진행하며 노동계측과 관계도 대화와 설득으로해결하고 대북문제도 대북 대응수위를 높이되 햇볕정책은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것이다·정계개편도 야권의 상황에 맞춰 무리하지 않게, 사정도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개혁의 분위기에 도움이 되도록 계속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李憲泰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