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쁜날 이웃사랑 이런사람 돕습니다

*양다리 못쓰는 박상숙씨

"어머니의 두 다리가 돼 드리고 싶습니다"

한석문군(17.대구시 서구 내당4동)에게는 또래 친구들처럼 방황하고 반항할 여유가 없다. 지난해 7월 교통사고로 양쪽 다리를 못쓰게 된 어머니 박상숙씨(42)를 아버지 대신 돌봐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식사도, 세수도 할 수 없는 어머니. 아침을 차려놓고 학교에 다녀온 석문군은 그런 어머니를 업고 화장실에 가는 것으로 집안일을 시작한다.

"불도 켜지 않은 어두컴컴한 방구석에 혼자 앉아계시는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아파요.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잃고 또다시 교통사고로 불구가 되신 어머니 마음은 오죽하겠습니까"박씨의 남편은 15년전 박씨가 둘째 소정양(15)을 낳은지 2시간만에 딸의 얼굴을 보러 병원으로 달려오다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박씨에게 슬픔을 삭일 여유조차 주지 않았던 끈질긴 가난. 다음날부터 박씨는 간난아이를 업고 생계를 위한 치열한 싸움터에 나서야했다. 연탄배달 리어카를 끌었고, 우유.신문배달, 낮에는 동네에서 계란을 포장했다. 그러나 누군가의소개로 성서공단에 있는 금형공장에 취직한지 한달만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못쓰게 됐다.

"두 남매에게 밥상조차 챙겨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디에 내놔도 안 부끄러울 만큼 착하고 기특한 아이들인데…"

최근 박씨에게는 남모르는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원래부터 몸이 약했던 둘째 소정양이 심장이 유난히 약하다는 판정을 받은 것. 그러나 두 아이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추고 언제나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온다. 박씨는 두 다리, 아니 두 날개처럼 고맙고 자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이기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