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갑을.갑을방직 워크아웃 대상 배경

(주)갑을과 갑을방적이 주거래 은행인 상업은행에 의해 워크 아웃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갑을그룹은 생존을 위해 그룹 해체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크아웃 대상에 들지 않은 나머지 14개 계열사의 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채권 은행단은 이들 기업을 (주)갑을과 갑을방적에 통합시키거나 퇴출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섬유.전자.건설.기계.금속.유통.금융업 등으로 문어발을 뻗쳤던 지역의 대표적 직물 대기업의 하나였던 갑을그룹은 이제 섬유전문 중견기업으로 되돌아갈 운명에 놓이게 됐다.

갑을그룹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은 부도설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환란과 함께 찾아온 고환율은 갑을그룹에 상당한 환차익을 가져다 주었다. 지난 연말과 올 연초 악성재고로남아있던 직물을 밀어내기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본 것. 이 때문에 부도설은 '설'로 그쳤다. 그러나 환차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섬유수출 기업들이 고환율에 힘입어 수출이 활기를띠자, 경쟁적으로 수출단가를 떨어뜨린데다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시장이 아시아 경제위기로급속히 위축된 것이다. 이때부터 갑을은 다시 경영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6월 1차 기업구조조정 발표때 갑을그룹 계열의 신한견직이 퇴출대상에 포함됐다.

그룹의 주력사인 (주)갑을과 갑을방적이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될 정도로 갑을그룹이 부실해진 원인은 무얼까. 지역 섬유관계자들은 무리한 사세확장과 과도한 해외투자를 첫번째 원인으로 지목했다. 두번째 원인은 합섬직물 및 면사와 면방직물 수출부진.

갑을그룹의 모기업인 (주)갑을의 지난해 매출액은 5천1백73억3천만원에 부채총액은 4천6백91억2천만원. 갑을방적의 지난해 매출액은 4천2백37억5천만원에 부채총액은 5천3백18억7천만원.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며 갑을방적은 3년 연속 적자였다. 이와 함께 2개사의 부채도 1년새 3천84억원이나 불어 부채 총액이 1조원 가까운 9천4백10억8천만원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국내 16개, 해외 10개 계열사로 구성된 갑을그룹 전체의부채총액은 2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갑을과 갑을방적의 부채는 96년과 97년 급격히 불어났다. (주)갑을은 96년 1천1백22억5천만원, 97년 1천42억2천만원 부채가 늘었고 갑을방적은 부채가 96년 1천1백89억5천만원, 97년 2천41억8천만원 증가했다.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과도한 해외투자 때문. 갑을그룹은 일찍이 '글로벌 경영'을 추구, 현재 국내 공장보다 해외공장의 종업원이더 많을 정도. 6개국 10개 해외법인의 종업원은 1만5천여명에 이르러 국내 16개법인 종업원수의 3배에 이른다. 지난89년 스리랑카에 7천만달러를 투자, 면사와 면직물을 생산하는 '갑을랑카'를 세웠다. 이후 94년과 95년 집중적으로 중국과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 무려6개의 면사 및 면직물 공장을 설립했다. 해외 공장에 설치된 방적기만 35만추가 넘는다. 해외법인에 투자한 금액도 2억5천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면사와 면방직물은 수출시장에서 합섬사와 직물에 계속 밀렸다. 이에 따라 해외 면사 및 면방직 공장들이 부실해졌다. 게다가 대부분 외화를 차입, 해외 공장을 건설한 탓에IMF가 엄습한 뒤 치솟아 오른 환율은 엄청난 금융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금융부담은 단기 차입으로 이어져 단기 차입금 비중이 전체 여신의 46%에 이를 정도로 자금운용상에 난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갑을방적 등 계열기업에 지급보증을 섰던 (주)갑을도금융비용이 늘어난데다 폴리에스테르 직물수출이 곤두박질하면서 경영상태가 최악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주)갑을의 지난해 폴리에스테르 직물수출 국내 순위는 10위였으나 올해는 4월말 현재 14위. 여기에 지난94년 인수한 갑을개발도 그룹부실화에 한몫을 했다고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이처럼 그룹전체의 부실이 심화되자, 갑을그룹은 최근 10개의 해외공장중 중국지역의 공장을 비롯 절반이상을 매각할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국내 16개 계열사를 상반기중 (주)갑을,갑을방적, 갑을전자, 갑을금속 4개사로 축소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다이번에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포함됐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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