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전사 뮬란 새 여성상 만든다

달걀모양의 동그스름한 얼굴,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가느다란 눈, 작은 코, 앵두빛 입술, 몸매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옷차림….

월트 디즈니의 3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뮬란'의 여주인공 모습이다. 풍만한 가슴, 잘록한허리로 대변되는 미인상을 부각시킨 이전 디즈니 만화의 여주인공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디즈니 최초로 중국의 민담을 소재로 삼아 동양풍이 물씬 풍기는 '뮬란'. 지난 37년 디즈니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 이후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을 쏟아내온 디즈니는 과연 지금까지 '여성 신체의 물신화(物神化)'라는 비난을 받아야했던 '미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것일까.

주인공이 동양여성이기 때문에 외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뮬란의 성격을 보면 이전 여성 캐릭터들과 확연히 다름을 쉽게 알수 있다.

파씨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난 17세의 말괄량이 소녀 뮬란. 디즈니 캐릭터상 보기 드물게 부모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뮬란은 좋은 집안으로 시집가 가문의 명예를 높이길 바라는 가족의 바람에도 불구, 수줍은 규수가 되는게 적성에 맞지 않다. 훈족의 침입에 맞서 병들고나이든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터로 나가 가문과 나라를 지키는 그녀의 모습은이전 디즈니 만화의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평.

뮬란은 작은 새들과 속삭이며 사악한 왕비를 물리칠 용감한 왕자가 나타나길 하릴없이 기다릴('백설공주') 필요도 없고, 사랑하는 연인을 찾기 위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바칠('인어공주') 이유도 없어졌다. 그녀는 '결혼'이라는 대전제아래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백마 탄 왕자를기다리는 '아름다운 연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족과 나라를 구하는 '용감한 전사'의 이미지로 창조된 것.

60여년의 장편 애니메이션 전통을 지닌 디즈니가 '지 아이 제인'의 여전사 데미 무어처럼 '남자같은 여주인공'을 찾기 위해 중국까지 찾아간 것은 자못 흥미롭다. 사실 디즈니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지간에 보다 진보적인 여성상을 제시해왔다. '미녀와 야수'에서 여주인공벨은 '책읽기'를 좋아하며, '포카혼타스'는 '결혼' 대신 자기 부족을 선택하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초 '뮬란'도 중대장 샹과 뮬란의 러브스토리로 이야기가 시작될뻔 했으나 고정관념에서탈피하자는 제작진의 의견일치로 새 모습을 갖게 된 것. 배리 쿡과 함께 감독을 맡은 토니밴크로프트는 이같은 뮬란의 새 모습에 대해 "디즈니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두딸이 이 영화를 보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소녀의 모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그러나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은 '뮬란'이 가부장적 성편견의식에서 완전 해방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뮬란이 여성이 아닌 남자의 모습으로 남성을 상징하는 작은 용 무슈의 도움을받아 자신을 되찾는 것이나, 마지막에 여자로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멋있는 신랑감으로 중대장 샹을 딸려보내는 장면 등에서 여자로서의 한계를 뚜렷이 설정하고 있다는 것.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뮬란'이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났으나 관객의 절반인 남성을얼마나 끌어모을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자유로운 여성상을 향해나아가는 '뮬란'을 지켜보는 여성관객들의 즐거움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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