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산업 어디로(3)-유통

70년대 중반 굴지재벌의 대구공략을 물리치며 지역유통시장을 지배해온 대구.동아 양대 백화점의 '불패(不敗)신화'가 IMF체제이후 급격히 흔들리고있다.

지역 유통업계를 선도해오던 양대 백화점은 지난해 7월이후 외지업체의 잇따른 할인점개설로 타격을 받기 시작,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지던 대구지역 유통업계도 IMF시대를 맞아 강자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격전지로 변모하고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진출한 대구프라이스클럽은 지난 5월 미국 코스코홀세일사로 인수됨에 따라 외국자본의 대구진출 성공여부의 시험무대가 되고있다. 기존 주인이던 신세계백화점측 운영방식과는 달리 철저한 저가위주의 영업전략을 구사, 미국식 할인점운영형태가 대구 유통업계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한편 지난해 9월 문을 연 삼성홈플러스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비회원제 방식의 대형할인점으로 폭발적 영업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홈플러스는 특히 할인점에 백화점식 친절서비스를 도입하는 영업전략을 구사, 새로운 유통문화를 파급시키는등 지역 유통업계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기도했다.

이밖에도 올 연말 오픈예정인 까르푸 역시 대구시 동구지역을 기반으로 유통시장 잠식을 노리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마크로 역시 북구 팔달교 인근에 3천7백여평의 부지를 마련, 개점을 계획중이다.

잇따른 할인점 개설로 그간 보수적인 영업전략에 의존해오던 지역 유통업계에도 큰 변화가일어났다. 저가위주의 영업전략이 지역 백화점에도 전파돼 명실상부하게 '소비자가 왕'인 시대가 실현된 것이다.

지역 유통업계의 주도권이 대구.동아 양대백화점에서 대형할인점과 공유하게된 현재의 상황은 '자업자득'이란 지적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간 충분히 예상돼왔던 대형할인점의 지역공략에 지역 백화점업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다점포화전략등 팽창위주의 영업방식으로 일관, 현재의 경영위기를 초래하고 지역상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대구.동아백화점은 자금난해소를 위해 계열사 정리.자산매각등에 나서 심각한 경영위기에서벗어났지만 앞으로 새로운 변신없이는 기존의 유통시장을 상당부분 잠식당할 수 밖에 없는처지에 놓여있다.

이미 대구백화점은 할인점부지를 매각, 앞으로 백화점영업에만 치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동아백화점역시 다각적인 영업전략을 통해 유통시장 수성(守城)을 선언하고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지역소비자들도 애향심등 지역연고주의에만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지.외국자본으로부터 지역상권을 지켜나가기위해서는 지역유통업체들의 신시대에 걸맞은 체질개선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柳承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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