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노정협의, 원칙 지켜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일단 유보함으로써 파국의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노· 정(勞· 政)간의 합의사항을 살펴보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쟁점 사항은 미해결인채로 남겨둔채 임시 미봉책으로 파업의 불씨는 그래도 남겨져 있음을 쉽사리 알수 있다.

정부는 어떻게해서든 파업을 막기위해 양보를 거듭했고 여론의 부담을 의식한 노동계 또한가장 민감한 쟁점 사항인 정리해고 문제와 공공 및 금융부문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합의없이 파업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재계를 대표하는 경총이 개별기업 노사문제를 회사측 당사자를 배제한채 결정하고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 이라며 노· 사· 정위 불참을 선언한 것은 이번의 노· 정간 합의에 따른 파업 유보가 얼마나 한시적인 것인가를 실감케 한다. 실상 지금까지 노사정위를 지켜보면서 정부가 파업을 의식한 나머지 노동계 주장에 지나치게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정부로서는 노동계의 지나친 희생을 외면할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재계와 노동계를 중재하고설득해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소신과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인데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지난번 5개은행 퇴출때도 노동계와 합의치 않고 일방적으로 퇴출을 강행했다가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느라 진땀을 흘린것만 보더라도 난국을 주도해야할 정부로서는 믿음직한 자세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한 노사정위특별법 제정을손쉽게 허용했고 또 삼미특수강 근로자 고용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중인 재판결과에 관계없이 본인이 원하면 창원 특수강에 취업시킨다 고 양보함으로써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것이다.

특별법 제정 약속의 경우 국회입법권 침해의 우려가 있고 특수강근로자고용문제는 회사측이승소할 경우 정부로서는 해결능력이 없는 사안인 것이다.

퇴출은행 근로자 고용승계의 경우 노· 정 양측은 인수 은행이 한국 및 민주노총과 고용승계 대상을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는것도 문제다.

인수은행이 자체 판단에 따라 고용인원을 결정할것이 뻔한만큼 이번의 노· 정합의는 파업모면용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결국 우리는 노사정위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가진 재계와 노동계를 모두 만족시켜서 합의안을 도출하는것은 논리로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의 우유부단한 자세를 버리고 이제 확고한 소신과 객관적인 기준에 의거재계와 노동계 양쪽이 양보할 것은 양보하도록 대세를 이끌어나갈 것을 촉구한다.재계도 노사정위에 복귀, 다시한번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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