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속 현실 풍자·비유… 네티즌 열광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풍자와 현실에 대한 해학적 공격으로 짜증과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인터넷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나 네티즌들의 '클릭'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특히 현실정치에 대한 불신, 구조조정에 휘말린 직장인의 비애 등을 유명 전자신문 패러디나 방명록을 통한 공동작업화와 같은 기발한 구성으로 담아 접속수가 하루 수천건에 이를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는 기존 전자신문 패러디다. 온라인 문화비평잡지 '스키조(cgate·truenet.co.kr/schizo/)'가 지난해 4월 조선일보와 흡사한'스키조선'을 내놓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후 유사한 웹사이트들이 꾸준히 생기고 있다. '스키조선'의 당시 톱뉴스는 '김현철 옥중 대권출마'.

'스키조'측은 지난 4월 한겨레신문을 패러디, "1999년 ○월○일 대한민국은 드디어 국가폐업을 선언하고 말았다"는 섬뜩한 내용을 머릿기사로 다룬 '한스키조(cgate.truenet.co.kr/schizo/9804/main.html)'를 선보였다. 선정적인 톱기사 외에도 사회, 교육, 지역, 날씨 등 각 분야의 현실을 풍자한 가상뉴스도 풍부해 얼핏 보면 일반 전자신문과착각할 정도.

지난 4월1일 창간한 '디지털 수세미 일보(www.sponge.co.kr/event/susemi/su_main.htm)'도패러디 사이트로 인기를 모은 곳. 권영해 전 안기부장 자해소동을 꼬집은 '안기부 고양이할복자살-유서엔 북풍공작은 모두 나의 지시'와 '유명스타 인터넷 누드의 실체', '남성 권익단체 여성흡연 전폭 지지' 등 희화적 기사로 가득 차있다.

최근들어 최고의 명소가 된 곳은 지난 4일 창간호를 발행한 '딴지일보(myhome.netsgo.com/ddanji/)'. 20일 2호까지 내면서 한달도 안돼 9만명에 이르는 방문기록을 세우고 있다.

'딴지일보'는 창간호에서 '김데중'대통령이 수영복 차림으로 서양미녀들에게 둘러싸인 합성사진과 "현시기에 초감각 하이코메디 탄생은 역사적인 필연이며 웃음을 잃어버린 국민들에게 기쁨이 될 것"이라는 축전을 소개하고 있다. 2호에서는 '충격! 이헤창 임신하다' 제하의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명예총재의 얼굴과 여배우 데미 무어가 임신한 채 찍은 전라사진을 합성, 폭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패러디 외에 풍자와 비유로 꾸며진 사이트들의 인기도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직장생활의애환과 한국기업의 문제점을 풍자한 '망할 주식회사(galaxy.channeli.net/quad/)'는 업데이트가 계속되면서 접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을담았기 때문이다. 샐러리맨 용어사전, 보고서 작성요령, 한심한 회사 등의 메뉴로 구성돼있다.

지난 6월초 개설한 '욕쟁이클럽(www3.shinbiro.com/~yok/index.html)'은 방문자들의 동참을유도하는 특이한 형태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생활욕, 시사정치욕 등 분야별로 마음껏 욕설을 퍼부을 수 있는 게시판과 함께 신문형태의 '욕쟁일보'까지 내놓았다.

'비아냥거리기(my.netian.com/~kill/)'에서는 국내외 영화배우, 스타들에 대한 불만과 씁쓸함을 솔직하고 자신있는 어투로 표현하고 있다. '비아냥거리기를 비아냥거리기'라는 이름으로만들어진 방명록에는 방문자들이 평소 불만이 있던 연예인이나 유명인사 등에 대한 비아냥을 쏟아낼 수 있도록 해 재미를 더해준다.

현실의 경제난과 짜증나는 정치판, 일그러진 사회현상을 인터넷이라는 자유로운 공간 속에서 마음껏 풍자하고 비판하는 20대와 30대 네티즌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