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동성로 젊은이 풍경

여름방학을 맞아 동성로 거리는 어느때보다 젊음의 물결로 활기차다. 젊은이들이 시내로 쏟아져 나오는 방학이 되면 동성로의 상인들은 으레 방학특수를 기대한다. 하지만 올해는IMF경제난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요즈음 동성로의 상가들은 예년에 찾아볼 수 없이 깊은한숨소리까지 들린다. 빈 가게가 많아진 것은 물론 남아있는 상가들조차 대부분 파격적인가격인하를 단행, 현상유지에 급급한게 현실이다. 가장 타격이 심한 업종은 수입의류나 보세의류를 취급하는 옷가게들. 섬유 도시라는 도시적 특성 탓인지 대구의 중심상권인 동성로는헤아릴 수 조차 없을 정도의 옷가게들이 점령해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적 편견때문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옷가게의 휴.폐업에 대해 나는 그다지 동정적이지는않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으로 의.식.주를 들지만 그동안 우리사회의 옷문화나 주거문화는 지나치게 과소비의 성향을 띠고 있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이러한 과소비가 오늘의 IMF경제난을 초래한 요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즈음 동성로거리에 전자오락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대구지역 서점들중 절반이상이 현재 휴.폐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실에서 늘어나는게 전자오락실이라는 사실은 정말 우리들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한다. 왜냐하면 책은 의.식.주와 같은 생활필수품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앞날을 개척해 갈 지식과 오늘과 같은 난세를 극복해 갈 지혜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젊은이들이 전자오락등 결국 놀고 즐기는문화에만 함몰해 버린다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권오국〈하늘북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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