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국회 후반기 의장 선출과정을 보면 개인이든 정당이든 도대체 짜임새 없는 덩치라는 게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하긴 짜임새 뿐일까. 한나라당은 지략도 없었고 의지 또한 없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열화같이 성원해 준 유권자들에게 보여준 건 허세뿐.
우선 짜임새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해 대선승리만을 위해 이질적 인자들을 마구잡이로 끌어 들여 놓은 것이 대선패배로인해 고스란히 폭발요인으로, 당내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는 일선기자의 지적에 어떻게 답변할 지 궁금하다. 표출된 11표이상의 반란이 이를 얘기해 준다.
이 과정에서도 확실했던 건 당권 쟁탈을 위해 각 계파들이 영일이 없었다는 것.그렇다면 지략은 있었는가.
정치9단인 김대중대통령이 야당의 저항이 불보듯 뻔한 줄 알면서 왜 박준규의장 카드를 던졌을지 깊이 생각해 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의 분열과 강경노선을 유도해 극도의정치불신을 조장해 행정부의 독주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선기자의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총리인준문제도 곡절끝에 처리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겪을 파란을 통해 내각제를 시도하는 JP의 기(氣)까지 빼놓는다'는 분석이다. 결국 영남출신의장을 내세워 영남에 뿌리를 둔 거대 야당을 무력화시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다름아니다. 한나라당이 투표일을 앞두고 반란예비군들을 소리없이 친화시키는 과정이 없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다음으로, 서울이든 지방이든 야당인으로서의 의지가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자신들이 공천해 당선시킨 자치단체장들이 갖가지의 변설로 여당행을 택하는 모양을 참고보다못해 열어 놓은 지난 달 19일의 대구규탄대회는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어떤 예식장의 드넓은 주차광장. 옹기종기 모여든 시민들이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군데군데그늘속에서 쉬고 있었지만 한나라당의원들은 한방울의 땀을 아끼기 위해 대회직전에 번들거리는 자동차로 대회장을 가로질러 냉방이 된 예식장사무실로 직행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제공했다.
으레 대회장 입구에서 의원 하나하나가 차에서 내려 대정부성토구호를 선창하며 대회장을몇바퀴 돌아 마치 자석에 쇠붙이를 붙이듯 군중들을 집결시키면서 기를 돋우는 전형적인 야당성, 배고픈 집회와 비교하면 신종 규탄대회 스타일이었다.
식당에서 주문한 식사가 빨리 안 나와도"야당 탄압하는거요"라며 주인에게 우스개를 하는것도 넓은 의미로는 야당인으로서의 자기확인이다.
그 뿐인가. 누구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인사만 한후 잽싸게 자리를 떠 숱한 아줌마들을실망시키고 누구는 시종 아무개로 부터 돈 받은 적 없다며 장황한 변명으로 일관하고….겉모습만 보면 마치 맡겨놓은 돈 돌려 달라는 듯한 기이한 모습이다.
과반수를 넘는 의원들을 포용하고서도 천하에 웃음거리가 된 것만도 보기에 민망할 지경인데 개표결과 발표후엔 의원직 일괄사퇴를 결의했으니 더욱 황당한 느낌이다.
의원직 사퇴주장은 지금의 여당이 야당시절, 수도 없이 사용했던 대표성 엄포.선봉에서 주장하는 사람조차 일괄사퇴가 수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에 순박한국민들에게 언제까지 허세를 보일건가.
부부싸움끝에 간다, 간다 하면서도 아이를 셋 낳는다는 말도 못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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