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화·주가 폭락···검은 화요일 파장

일본 엔화 폭락으로 아시아 경제위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지구촌의 주가가동반 폭락하는 '검은 화요일'을 연출했다.세계 주가는 11일 지구촌 동쪽 끝인 도쿄(東京)에서 서쪽인 프랑크푸르트와 뉴욕까지, 그리고 남반구의 브라질에서 북반구의 파리에 이르기까지 맥없이 무너졌다.

엔화는 일본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감에다 중국의 위안(元)화 평가절하 가능성에 대한우려와 그에 따른 아시아 경제위기 재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지난주부터 급격한 하락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1일 도쿄시장에서 기록한 1백47.64엔은 엔화 방어를 위해 미·일이 전격 협조개입을 단행한 지난 6월 16일 이전의 최저치(1백46.75엔)보다 0.89엔이 하락한 것으로, 지난 90년 8월 이후 8년만의 최저수준이다.

최근의 엔저는 중국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 미래에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위안화의 평가절하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가들의 '엔화 팔자'를 가속화시켜 가파르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수출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의 동반하락을초래, 결국 아시아 지역 전체의 경제침체를 더욱 장기화시킬 것이라는 불안감이 엔화를 서둘러 팔아치우려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상과 고위 당국자들은 엔화 약세를 방치하지 않겠다며 시장개입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하고 있으나 시장의 경계감도 점차 무디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엔화 얼마나 떨어질까=최근의 엔화약세가 과연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가 일본과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근본 원인인 일본의 경제침체가 조속히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며 당분간 엔저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일본의 경제대책 효과와 뉴욕증시의 조정으로 추가하락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등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미 민주당계 연구기관인 국제경제연구소의 매커스 놀란드 연구원은 "일본이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현재의 불황이 계속될 경우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유출이 한층 심화돼 빠르면 오는 11월에는 달러당 1백60엔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경고했다.

▨亞통화·주가 동반폭락=일본엔화 가치가 8년만에 최저치로 폭락하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환율인상)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아시아 각국의 통화와 주가가 11일 일제히 폭락했다.

엔화의 폭락은 다른 아시아 통화에까지 파장을 미쳐 싱가포르 달러화는 전날 미달러당1.7250에서 이날 1.7580까지 떨어졌고,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4.2250에서 4.2500, 인도네시아루피아화는 1만2천8백25에서 1만3천1백, 태국 바트화는 41.95에서 42.20, 타이완(臺灣) 달러화는 34.781에서 34.810으로 곤두박질쳤다.

아시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지면서 통화와 함께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동반 폭락,중국 상하이(上海)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전용인 B주식 주가지수는 이날 0.44포인트 떨어진22.19로 폐장했다. 또 내국인 거래용인 A주식 주가지수도 0.44포인트 떨어져 1천2백85.81에거래를 끝냈다.

홍콩에서는 블루칩 항생(恒生)지수가 4% 가까이 폭락한 6천7백79.95에 폐장, 5년전인 지난93년7월29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2백19.43포인트나 미끄러져 지난 6월29일 이래 최저치인 1만5천4백6.99까지 내려갔다. 닛케이 주가가 일주일 연속 떨어진 것은 지난 96년 2월이래 처음이다.▨美·유럽증시도 흔들=미 뉴욕 증시의 주가가 11일(현지시간) 일본 엔화 폭락과 아시아 주가 하락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동반 내림세를 보였다.

다우 공업 평균 지수는 이날 1백12포인트 빠진 8천4백62.85에, 스탠더드 & 푸어스(S&P)500은 14.16포인트 내린 1천68.98에 그리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46.51포인트 빠진 1천7백92.70에 각각 폐장됐다.

뉴욕 증시의 이같은 동반 하락은 투자가들이 최근 엔화 폭락에 따른 아시아 금융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등 아시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반영, 주식 투매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앞서 런던 주식시장 주요 종목의 FT-SE지수도 1백47.4포인트(2.64%) 빠진 5천4백40.2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파리 주식시장의 CAC 40지수도 개장과 함께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 이날 정오께 개장가 대비 3.42% 떨어진 3천8백4.81을 나타냈고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의 DAX 30지수도 같은 시간 전날 종가 대비 3.01% 하락한 5천3백11.23을 보였다.

한편 러시아 주가가 11일 개장가에 비해 7.5% 이상 폭락함에 따라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고거래자들이 밝혔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거래 개시와 동시에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오후4시께(이하현지시간)부터 45분간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주요 주가지수인 RTS지수는 오후 5시 현재 1백6.6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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