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톡톡 튀는 통신구직

PC통신 구직란에 들어가보면 말 그대로 취업전쟁임을 실감할 수 있다. 천리안의 경우 구직란에 등록하는 취업희망생은 하루 1백20명선. 올해 들어서만 3만5천여건이 등록됐다. 유니텔도 올들어 5일까지 9천5백22건, 나우누리는 2천64건에 이르는 구직신청을 접수했다.취업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일손을 필요로 하는 업체들의 눈에 띄기 위한 방법들도 각양각색이다. 희망직종, 학력, 희망임금 등에서는 별로 톡톡 튈 방법이 없기 때문에 PC통신 구직자들은 '자기소개'를 백분 활용한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형태는 '백화점형'.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적어놓는다.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PC통신 등 기본적인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줄 안다든가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경험까지 속속 들이 밝혀놓는다. 전직 실직자의 경우 이전 직장에서 맡았던 업무들을꼼꼼히 적어놓기도 한다.

'애걸복걸형'도 있다. 예능 분야를 전공했다는 한 구직자는 '망치질도 괜찮으니 연락만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한다. '내일이라도 당장 출근할 수 있다'거나 '채용만 하면 절대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구직자도 있다.

정성을 들인 점에서는 '일대기형' 구직자가 가장 돋보인다. 자신의 생년월일부터 시작해 어린 시절 취미, 이전 직장에서의 에피소드, 해외여행 경험, 교우관계까지 총망라해 놓았다. 서류면접시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

'자신만만형' 자기소개도 눈길을 끈다. 짧게 한두 문장 정도로 끝나는 것이 특징. '젊음과패기, 용기 뿐인 젊은이입니다',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말 괜찮은 건강한 젊은이입니다' 등등. 대개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실업자들이 별다른 경력도 없고 자격증도 없는 탓에 이처럼 자신감으로 밀어붙이는 형식의 자기소개를 선호한다.

한편 학원 등에서 구직자 연락처를 알아낸 뒤 수강을 종용하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는 탓에아예 '학원에선 연락하지 마세요'라며 자기소개란에 단서를 붙인 구직자들도 많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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