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격동의 반세기동안 문화예술은 일부 계층을 위한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인간다운삶의 실현을 위한 주요 가치로 그 몫을 해냈다.
특히 올해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 우리 힘으로 정부를 세운지 50년이 되는 해이다.정부수립 반세기를 맞아 문화예술 각분야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을알아본다. 〈편집자주〉
1948년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은 이데올로기가 좌우로 가닥을 잡아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해방공간 3년의 이념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되며남과 북의 경계선이 분명해진 것이다.이 와중에서 발발한 한국전쟁은 문학에도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주었다. 처참한 전쟁과 극에 달한 궁핍은 영혼의 황폐화를 몰고 왔고, 이는 휴머니즘과 실존주의를 문단에 도입시켰다. 50년대를 대표하는 이른바 '전후문학'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의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작품이 이범선의 단편 '오발탄'. 이 작품은 분단이 가져온 이산과 망향의 아픔을 궁핍한 사회상과 함께 적나라하게 그려냈다.김동리의 '흥남철수'는휴머니즘의 소중함을 일깨웠고, 장용학의 '요한시집'은 실존주의 사조의 서막을 연 작품이었다.
50년대 중후반을 떠들썩하게 한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전통윤리에 반기를 들며 큰 파문을일으켰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꽁꽁 얼어붙은 50년대에 비해 60년대는 그 편협성에서 벗어나자는 목소리가 대두된 때였다. 최인훈의 '광장'은 남과 북을 공평히 바라봄으로써 기존 작품과 차별성을 보였다. 이는 4.19라는 시대상황의 산물이기도 했다.
실제로 4.19와 5.16은 자유의식을 크게 진작시켰고, 문학작품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이청준,박태순 등 이른바 4.19세대는 작품으로 폭력과 억압에 맞섰다. 남정현의 '분지' 역시 미국의본질을 노골적으로 비꼬아 파문을 일으켰다.
70년대는 전에 없던 격변기로 기록된다. 유신정권이 수립됐고, 산업화로 농촌이 붕괴하고 노동문제가 표면화했다. 황석영은 '객지'로 기층민을 역사의 중심에 세웠고, 조세희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상업성을 앞세운 작품이 대대적으로 팔려나가는 역설적 현상도 이 시기에 나타났다.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이나 '영자의 전성시대'는 당시로서는 유례없는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문학의 상업적 성공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진보작가 중심으로 민주화운동과 반유신 투쟁이 전개됐던 것도 70년대의 일이다. 고은, 신경림 등 문인들은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발족시켰고, 김지하 시인은 시 '오적'으로 재벌과 군부에 직격탄을 날려 사형선고를 '답례'로 받았다.
80년대 신군부의 권력장악과 광주항쟁 발생으로 문단의 투쟁성은 더욱 강화됐다.이른바 민중문학은 세력을 더욱 얻어가며 노동자계급의 작가들까지 줄줄이 배출시켰는데 방현석, 정화진 등이 그들이다.
이념적 족쇄가 여전한 가운데서도 분단문학은 과거에는 엄두도 내기 힘들던 영역까지 파고들며 개가를 올렸다. 특히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80년대를 관통하며 분단문학의 분수령을이뤘다.
80년대는 또 긴 호흡의 작품이 잇따라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황석영의 '장길산'이나 김주영의 '객주', 송기숙의 '녹두장군'등이 그 예이다. 베스트 셀러 작가 이문열은 관념적 치밀성과 폭넓은 인문교양을 결합해 문단에 새 지평을 열었다.
80년대 후반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이념과 민주화, 노동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대신 내면의 이야기와 흥미를 유발하는 역사물 등이 그 자리를 메웠다. 허준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동의보감'등이 그 사례이다.
신진작가군이 세대교체바람을 일으키며 형성되기도 했다. 신경숙, 구효서, 공지영 등 30대작가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특히 김진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무려 4백만부의 판매고를 보여 사상 최다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때 여성작가가 문단을휩쓸어 막강한 우먼파워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 중진작가는 탄탄한 문학성으로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켰다. 박경리가 '토지'를 완간해 새 이정표를 세웠고, 조정래는 '아리랑'으로 '태백산맥'의 명성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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