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예모씨(64). 한달째 중구 가톨릭근로자회관 노숙자쉼터에서 잠자리와 하루 두끼 식사를 신세지고 있다. "3평 남짓 단칸방에서 몸을 부대끼고 있는 아내와 6남매는 인근 성당과 적십자사의 도움으로 끼니를 잇고 있습니다"
사진작가, 예술가…. 예씨는 최근까지도 이런 이름으로 불렸다. 국제 사진 콩쿠르수상경력까지 있고 신문·방송에 종종 오르내린 '유명인사'였다는 예씨. 그러나 노숙자로 전락하기까지는 그의 말처럼 불과 '하루아침'이었다. "89년부터 주식투자에 손을 대 지금까지 10억원가량 손해를 입었습니다. 전재산과 명예까지 휴지조각이 돼버린거죠"
당장 갚아야 할 은행빚이 아직 4억여원. 그러나 예씨는 청도 시가지에 10억원 상당의 '금싸라기 땅'을 가진 '알부자'이기도 하다. "빚을 갚으려고 1년전부터 땅을 내놨지만 경기침체로여태 거래가 없습니다. 땅은 있지만 영락없는 거지 신세가 된거죠" 억대 거지, 예씨는 IMF시대가 낳은 '신인류'가 된 것이다.
"불과 1년새 완전히 뒤바뀐 신세에 스스로 어처구니가 없어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땅이 처분되고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이웃과 가족들을 위해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텐데…" 글썽거리는 눈으로 자리를 일어선 예씨는 터덜터덜 인근 증권사로, 주식관리가 아니라 오갈데 없어진 낮시간을 보내기 위한 장소를 찾아 발길을 옮겼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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