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시 광평동 수재민들 온종일 폐허 씻어내기

23일 또다시 비가 추적거리는 가운데 구미 광평동 수재민들은 몽땅 잠겼던 흙벽이 채마르지 않았는데도 모두들 도배에 한창이었다. 쓰레기가 다시 거리로 몰려 나왔다. 혹시 쓸수 있을까 하고 남겨뒀던 가재들.

"어쩔 수 있습니까? 내일 모레가 개학이니 도배를 해야 아이들을 불러 오지요" 공단에근무하는 박래준씨(33)는 비를 무릅쓰고 비닐 장판을 씻어 깔고 도배준비를 했다.흙탕물에 잠겼던 보일러는 어제 고쳤으나 또 돌아가지 않는다. "수리공에 연락했지만 워낙일손이 부족해 오후가 돼도 연락이 없어요. 방안을 빨리 말려야 도배를 할 수 있는데…"눅눅한 집 손질하기가 너무 허탈해 보였다.

11세대가 살다가 앞채 붕괴로 겨우 3세대만 남은 어느 집. 박종하씨(45.택시운전)가 부서진앞마당에 시멘트를 바르고 있었다. "그래도 내집에서 지내야지요. 그 생활도

지긋지긋하고…" 박씨부부는 신문지로 임시도배를 하고 이날부터는 수용소를 탈출할작정이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만만찮아 보였다. "보일러도 아직 못고쳤는데 또 비가 오네… 벽도무너질지 모르는데… 보일러는 작년에 새로 산 것인데도 물을 먹더니 고쳐도 고쳐도제대로 안돌아 가요" 24일 개학하는 아들 명근군(17.금오공고2년)은 책이 모두 물에 젖어못쓰게 됐다고 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이날도 친구집에 기거하고 있었다.

또다른 집은 아래채가 무너졌으나 폐허처럼 그대로 두고 있었다. 우선 큰방 벽에 있던물먹은 스티로폼을 뜯어 내고 방 한칸이라도 건지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 지금은광평초교 교실에 살지만 학교가 곧 개학, 이제 의지할데도 없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애들학교 보내는 것도 다급하다. 때문에 벽이 덜 말라도 어쩔 수 없이 도배를 하고 장판을깐다는 것이다. "동네 집 전체가 오래된 것이라 무너질 위험이 큽니다. 흙담집은 다무너졌지만 시멘트 집도 흔들흔들해요"… 더 먼 걱정도 있었다.

아래채가 무너진 윤경곤씨 집에는 일요일이지만 시청 직원들이 하루종일 매달리고 있었다.주인 윤씨는 또다른 걱정으로도 마음이 급했다. "먹고 살려면 월요일부터는 영업을 해야하는데… 이젠 더이상 구호품도 지급치 않는다잖아요…"

10채가 완전히 무너지고 2백70세대의 주택이 지붕까지 침수됐던 지역. 대로변은 대충정비됐으나 아직 골목길 안은 물기 조차 그대로였다. 한달이 더 지나도 정상 생활이불가능할듯 보였다. 그래서 한 할머니는 올 추석엔 서울 자녀들도 오지 못하게 할 참이라고했다. 들어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