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로 이 세상을 떠날 환자들에게 마지막 여로를 평화롭게 마무리짓도록 돕는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말기 환자들은 타인을 거부하며,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하지만거듭된 만남을 통해서 점차 나누다보면 의외로 먼 이별이 두렵지 않게 느껴지고, 어떤 환자들은 혈육 이상의 유대감을 느끼며 꼭 나아서 함께 봉사활동을 가자고 언약합니다"자원봉사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주부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말기환자들을돌보는 호스피스 활동.
다같은 자원봉사이지만 밝은 내일이 기약된 아동.청소년 봉사나 뚜렷한 업적이 드러나는 환경보호봉사 등과 달리 누구나 피하고싶고, 멀리 잊고 살고픈 사자(死者)의 길을 따뜻하게 돌보는 무료 호스피스 활동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활동하는 호스피스회김유림씨(49.대구시 수성구 만촌3동)는 호스피스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아둥바둥 몸부림치며,내가 살아남기위해 남을 짓밟으려는 경쟁적인 삶도 유한한 것임을 깨닫는다.
"이 시간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부족한 가운데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게 사랑이 없으면 우리 삶도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폭우가 내리거나 찌는 듯한 날씨가 계속되면 하루쯤 쉬고픈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기다리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서 병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얼마전에는 자수성가한 29세의 꽃다운 아가씨가 암으로 숨졌다. 처음에는 병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왜 하필 나냐?"며 울부짖는 그녀를 한번, 두번 자꾸만 찾아갔다. 말없이 찾아와 팔다리도만져주고, 말도 거는 호스피스를 보면서 점차 표정이 밝아졌다. 숨지기 직전에는 참 편안한모습이었다.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것이 곧 죽음에 다가서는 길임을 배운 한종귀씨(52.대구시 동구 효목2동)등 회원들은 말기환자를 끝까지 자상하게 돌보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사별후 남을 가족들과의 유대도 강화하고 있다.
유방암 말기로 투병중인 김모씨(42)는 호스피스회 헬만지도수녀와 회원들과 너무나 잘 아는사이. 이제 얼마안있어 이승에 두고 떠나야할 초등학생 딸의 모빌만들기 숙제를 들고 찾아올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
한창 재미나게 사는데 남편과 자녀들을 두고, 일찍 이 세상을 하직해야하는 억울한(?) 심정을 묻어두고 차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김씨의 딸은 호스피스 아줌마들의 공동딸이 되었다.95년부터 호스피스회(952-4051)를 맡아온 헬만수녀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이 말기환자라는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결코 혼자 살수는 없는 인간의 길을 묵묵히 실천하는 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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