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난 예외는 없다 실업계 고교 "위기"

경제난이 고교 실업교육까지 뒤흔드나. 취업률 1백%를 자랑하던 실업계 고교. 그러나 실업대란은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 문이 넓어져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실업계 학생들의 우선목표는 취업. 하지만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기업, 금융기관들은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학교 별로 몇 십 명씩 모집한 대기업들도 채용을 취소했다.

대구공고의 경우 3학년 가운데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은 86%. 지난해까지 학생들이 업체를 고를 정도로 업체의 추천 의뢰가 쇄도 했었다. 학교측은 졸업 전까지 현장 실습과 취업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불안하다. 그래도 이 학교는 형편이나은 편.

ㅈ여상은 3학년 5백4명 가운데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은 65명. 지난해 까지 기업들이학생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을 해도 보낼 학생이 없을 정도였다.

경북의 ㄱ여상은 업체로부터 현장 실습이나 취업 의뢰가 거의 없다. 가끔 1~2건 씩 의뢰가있지만 학생들을 추천 할 만한 곳이 못된다는 것.

지난해 전원이 현장 실습을 나갔던 ㅇ공고는 3학년 5백15명 가운데 3백20명이 현장 실습을하고 있다.

실업계 고교들은 현장 실습을 나가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교내 실습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나마 실업계 고교 졸업자는 취업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 대졸자 취업난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독한 경제난이 학벌에 대한 허위의식을 없애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

경제난이 실업교육을 위협하고 있지만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변화하라는 것. 변화는 인식전환이 시작이고 교육당국의 실업교육 육성책이 맞물릴 때 완성된다.

대구공고 김교경 교장(62)은 "실업계 출신 학생들의 취업난은 단기적인 현상 이라며 "우리는 80년대 초반 실업교육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90년 초반 경기가 좋을 때 인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과오를 범했다 고 지적했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기술인력 양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난관은 높은 인문계 고교 선호도와 사회의 학벌 중시 풍토. 주위 여건은 급변하는데 고정관념은 변화 속도가 더딘 것. 김 교장은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며 "경제난을 극복하는 길은 기술인력을 더 많이 배출하고 고급화하는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경제난은 학벌 중심의 우리 사회에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서울대등 일부 대학의 무시험 전형, 학교장 추천제 등은 실업교육과 실업고교에 활력을 불어 넣을것으로 기대된다.

실업계 고교에는 지금 보다 더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성적에 따라,아니면 가정 형편에 따라 인문계, 실업계로 줄 세우던 '진로 지도'도 사라질지 모른다.대구교육청 유춘기 장학관(56)은 "기술·기능의 필요성이 높아진데다 국·영·수 중심의 대학 입시제도가 바뀌면 인문계 고교 선호도가 낮아 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실업계 고교의 취업 '신화'는 없다. 이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실업계 고교의신화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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