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뒤늦게 강력촉구 박태준 총재 속셈 궁금증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해빙무드를 보이는 판에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정치권에 대한사정을 강도높게 촉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총재는 14일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 대선자금은 물론 한보, 기아, 종금사, PCS인허가 비리등에 대한 사정작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동안 정치권 사정이 한창일때 증거주의를 거론하면서 애써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박총재는 먼저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 대선자금모금문제를 거론했다. 이날 김기수, 차수명의원의 입당식에서 박총재는 "한나라당이 국세청을 동원해 불법으로 대선자금을 모금한 것은천인공노할 범죄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총재는 이어 "국가기관중 가장 엄중해야 할 국세청이 엄청난 돈을 모금해 특정 정당에게준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며 "이를 문제삼아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일"이라며 한나라당측을 비난했다.

박총재는 또 한보, 기아, 종금사, PCS인허가비리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철저한 수사를촉구했다. 박총재는 한보사건과 관련해 "시설비가 3조원 정도면 되는데 5조7천억원이 들었다고 할때부터 나머지 돈이 어디로 갔을까 궁금했는데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사정에 대한 박총재의 이같은 태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정의 진척 여부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고 있는 박총재로서는 현재의 사정속도가 양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칫 여야간의 막후대화로 사정작업이 정치적 문제로비화돼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현정권 출범이후 사정과 관련해 소리는 요란했지만 뭐하나 제대로 된 것이 있느냐"며 "박총재는 이를 지적하려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총재 발언에 대해 또 다른 시각도 있다. 현정권 핵심의 사정의지를 측면지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 부터 경제해결사역을 위임받은 박총재가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비리척결의 중요성을 대신 거론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총재는 이날 정치권 사정대상을 거론하면서 청구비리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회피해여권내부 기류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낳기도 했다.

〈李相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