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에 잠긴 도시

태풍 예니가 몰고온 6백㎜이상의 집중폭우로 최악의 태풍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경북 포항시 형산강변 저지대가 물에 잠겨 수중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1일 오전 경북 소방헬기에서 金泰亨기자〉

물바다...불기둥...포항이 떨었다

7년 가뭄끝에 8월 폭우로 겨우 해갈됐던 포항. 그러나 그 포만감도 잠시. 다시 물에 잠겨 버렸다.30일 하룻동안 포항 중심부에 쏟아진 폭우는 전무후무할 6백10㎜. 오천읍이 6백16㎜, 동해면이 6백2㎜, 연일읍이 4백82㎜, 장기면이 4백60㎜에 달했다.

포항은 30일 하룻동안 완전히 고립됐다. 전기와 전화가 끊겨 암흑천지, 소식불통의 지역이 돼 버렸다. 시가지가 온통 물에 1m 이상 잠겨 수도와 가스도 끊겨 기본 생활이 불가능했고 한편에서는계속되는 폭발사고로 불안감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교통 두절은 심각했다. 내륙지역으로 통하는 경주∼포항 사이 산업도로가 연일읍 유강리 구간에서 침수됐고, 동해안 지역을 이어주는 7번국도는 우현동 절개지 붕괴로 막혔다. 안강~기계를 연결하는 일반(31번) 국도 역시 안강이 물에 잠겨 못쓰게 됐다. 공항이 폐쇄됐고 철로도 불통됐다. 울릉도 뱃길도 끊겼다.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한 것은 강우량이 2백㎜대를 기록했던 30일 오전10시쯤부터. 공단내 주요교차로가 침수되기 시작, 오후 1시쯤엔 1백60여개 업체 중 강원산업이 처음으로 공장가동을 전면중단했다.

오후 3시쯤 강우량이 4백㎜를 넘자 시가지 전역 도로망이 완전 마비됐다. 이때문에 3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7천명 교대근무자들의 출근율은 20% 정도에 그쳤다. 같은 시각 공단지역 산지와 시내용흥.우현동 절개지 등 10여곳에서 산사태가 이어졌다.

오후 5시를 넘기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돼 대부분의 공단 업체가 조업을 계속하다가는 폭발 등 대형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 공장내 모든 전원을 껐다. 한전도 공단에 단전조치를 취했다.또 기업체들의 심장부인 지하실에 물이 차면서 상당수 업체에서는 직원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지하 문서창고 등에 보관돼 있던 귀중품을 건져내느라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하루 조업중단에 따른 공단업체 피해는 줄잡아 3백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물에 잠긴 설비를 정비한 뒤 조업 정상화까지는 최소한 10일 이상이 소요돼 전체 피해액은1천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괴동.효자역 등 철도역이 침수되면서 열차도 멈춰 버려 포철의 제품.원자재 수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도심은 오후 3시를 넘기면서 몸만 빠져 피한 운전자들이 방치한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죽도동오광장에서 오거리까지는 수백대의 차량이 물에 뜬 채 이리저리 뒹굴었다. 공단로.통일로.포철주택단지.7번국도 등도 모두 마찬가지. 1일 아침까지도 포항의 모든 도로는 널브러진 차량들로 폐차장을 방불케 했다.

또 오후 5시를 넘기면서 시내 전역에 전기.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전화 불통지역이 늘자 시민들은불안한 밤을 지새야 했다. 오후 5시쯤에는 또 성모병원 옆 대잠못 둑이 붕괴돼 대잠.효자.죽도동등 수천세대가 침수되고 주민 1천여명이 긴급대피, 더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은행.증권사 밀집 빌딩가에서는 전산망 침수 등을 우려한 직원들이 촛불을 켠 채 밤샘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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