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오찬과 여야관계

김대중대통령의 3부요인· 정당대표 초청 청와대 방일성과 설명회가 향후 정국기상도를 읽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날 설명회가 비록 다자회동이었지만, 김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자리를 같이했다는 점에서 경색정국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미 김대통령은 지난 1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국회에 들어온만큼 대화가 시작되고 서로협력하게 될 것"이라며 야당과의 대화의지를 피력했다.

한나라당 이총재 측근들도 "방일성과 설명회를 계기로 대화분위기가 성숙되기를 기대하며, 추후영수회담 개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과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등으로 촉발된 대치정국이 해소되고본격적인 대화정치가 복원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사실 여권은 한나라당이 오랜 장외투쟁끝에 등원결정을 내린만큼 불필요하게 자극해 한나라당을또다시 장외투쟁으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문제는 여야가 본격적인 대화정치를 펼치기에는 정국을 긴장시키는 '뇌관'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주부터 △한나라당 김윤환의원과 이회창총재 동생 회성씨의 검찰소환문제를 비롯, △'세풍(稅風)사건'과 '총풍(銃風) 사건' 수사 △국정조사 발동과 특검제 도입 △정치권 사정 △경제청문회 △국정감사 피감기관 선정 △'신(新)북풍 청문회' 등을 놓고 여야가 원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에 대해 여권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국회등원과 이총재의 청와대 방일성과 설명회 참석을 계기로 야당과의 대화를적극적으로 모색하겠지만, 그렇다고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과 '총격 요청 사건' 등 정국현안들이'희생'되거나 흐지부지되는 사태를 결코 방치하지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추진해 가면서도 지금까지 해온 '강력한 드라이브'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정치인 사정은 증거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여권은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 및 이총재의 책임인정과사과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경제청문회는 이번 회기내에 실시한다는 방침을 굳힌상태다.

게다가 '총격요청 사건'의 경우, 피의자들의 고문주장과 함께 검찰수사 결과 혐의가 밝혀지면 관계자의 신분에 관계없이 사법 처리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따라서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에 대한 이총재의 입장표명이 없는 한 당분간 실질적 대화정치의복원을 의미하는 영수회담은 이뤄지기 어려우며, 여야간 대치정국의 해소도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국민회의 한화갑총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건이 성숙되면 언제든 영수회담을 건의할 생각"이라며 "그러나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선 한나라당의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이총재의사과가 영수회담 성사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했다.

여당의 또다른 관계자도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영수회담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볼 때 이날 청와대 설명회를 계기로 대화분위기는 어느정도 성숙되겠지만, 본격적인 대화정치가 시작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여권은 △설명회와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을 기회로 대화의 물꼬는 터놓고 △한나라당의 사과 또는 유감표명 등을 적극 유도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영수회담을 열어 여야관계를 전면 복원시키는 단계적 정국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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