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샬롬 공동체

서로가 서로에 기대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사람'人'이라고 한다. 다른 이가 기댈 어깨를빌려주는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더구나 그런 사람이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장애를 가졌다면. 멀쩡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죽겠다'를 연발하는 일반인들의 고개가 절로 숙여질 법하다.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의 한 임대아파트.

크지 않은 실내에 여러 사람이 거쳐간터라 일반 가정처럼 깔끔하지는 않지만 이곳은 누구라도와서 편히 쉴 수 있는 열린 공간 '샬롬공동체'다.

"파출소, 경찰서 들락날락 하는 게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과 정성으로 감싸면 제 마음을알겠죠"

이곳을 운영하는 김기일 강도사(42)는 "장애인, 부랑아, 정신질환자, 전과자 등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한 곳에 머물다보니 조용한 날이 드물다"며 웃는다.

나가봐야 한다며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김씨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져 있다.

소아마비 장애인. 지난 94년 역시 소아마비 장애인인 아내와 테이프를 팔아 모은 돈과 몇푼 안되는 전재산을 정리해 샬롬공동체를 시작했다.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지낼 수 있는 곳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을 연 지 4년 남짓됐지만 벌써 4번 이사를 했다. 이웃들이 싫어해서였다.

모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의 집단 시위로 쫓겨난 적도 있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김씨는 자신이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 싫어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지만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까지 마쳤고 자신을 이해하는 아내를 만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아마비 장애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

"장애인들이 일반인들보다 저에게 더 마음을 빨리 엽니다. 그만큼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는 것이지요"

김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땅. 장애인들을 기피하는 이웃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공간이 생기면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작업장, 학교도 세우고 싶은 것이 김씨의 구상이다.

"먹이고 재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가르쳐야죠. 이 일을 위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노력할겁니다" 〈金嘉瑩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