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통신-독일 대학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

유럽의 많은 대학들은 학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가을에 신입생들이 입학을 한다. 같은 유럽대학이지만 독일과 프랑스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대학교육의 공개념화를 도입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영국처럼 개인적 경쟁을 중시하는 나라도 있다. 독일의 경우 10월중순부터 신입생들이등록을 마치고 2주간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는 11월 첫주부터는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된다.

독일대학에는 입학식이 없다. 기숙사에서 제각기 책보따리를 풀어놓으면서 대학생활을 시작한다.일률적인 개강파티나 종강파티도 따로 없다. 물론 등록금도 없다. 그러니 부모에게 부담지울 일도없다. 공부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골라 국민 모두가 공동으로 지원(세금으로)하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적 공동선의 추구다. 부모들도 자식들의 대학진학을 놓고 안절부절 하는 일이없다. 웬만한 분야는 철저한 직업교육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거리낌 없이 적성을 찾아 갈 길을 가기 때문이다. 물론 일류도 명문도 없다. 따라서 학연에 의한 인맥도 찾아 볼 수 없다.

불법과외도없다. 물론 과외금지법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만약 한국에서 말썽이 되고 있는 불법과외를 이들에게 이해시키려 한다면 하늘에서 별따는 일 만큼 어려운 작업이 될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 학기를 기점으로 대학교에서 학문의 호연지기를 외치던 '펜들러'도 사라질 위기(?)에처했다. 펜들러란 대학에서 주어진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10년이상 눌러앉는 학생들을 가르키는속어다. 이들 중에서는 학위나 취직자리 등 제도권진입을 거부하면서 나름대로 폭넓은 학문의 영역을 쌓아가는 고집파도 있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독일경제의 저성장으로 인한 대학진학률 증가등 대학들이 재정압박을 받아오자 이번 학기부터 많은 대학들이 7년(14학기)이내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거금 1천마르크(약 80만원)의 벌칙금(등록금)을 물리도록 한 것. 국가에서약 절반이 보조되는 멘자(대학식당)의 점심값이 10페니히(80원)만 올라도 야단법석을 떠는 대학생에게 1천마르크는 상상을 불허하는 거금에 속한다.

일부 펜들러들은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승산이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가복지차원에서의 독일대학교육 만큼은 앞으로도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졸업을 앞둔 많은 한국대학생들이 경제한파로 상당기간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지금, 독일풍 학문에 대한 정열과 건강한 몸을 가진 젊은이라면맨주먹으로라도 유학에 도전해 세 있는 기회의 나라로 독일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본다.

〈본·김부환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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