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지만 신문에서 오려낸 글자로 '한번 만나면...'이라는 문장을 만드는 12세짜리 유철이의 간호사 호출기위에는 고무찰흙으로 빚은 꼬마인형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다. 색종이를 접어만든 눈사람, 직접 그린 달력도 동산의료원 남5병동 510호실 벽을 꾸미는 장식품. 모두가 '토요일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다음엔 어떻게 접어야지? 아이구 얘가 나보다 잘 하네"
종이접기를 가르치다 순서를 잊은 최선화교사(욱수초교)는 자신보다 더 잘하는 아이앞에서 멋적은 듯 웃고만다. 별명이 '최진실'인 최교사의 너스레에 둘러선 이경희(오성중)·함인수교사(봉덕초교)와 유철이도 따라 웃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매주 토요일마다 6명의 교사들이 백혈병 환아들을 가르치는 동산의료원속 교실에는 웃음꽃이 만발한다.
"교통사고로 매년 수술을 받는 반 학생이 있었어요. 학교와 친구들을 그리워하길래 학습자료를보냈더니 너무 성실하게 숙제를 하더라구요. 그 학생처럼 오랜 병원 생활로 또래에 비해 뒤처질수밖에 없는 애들에게 공부감각만이라도 유지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인데 아이들이너무 좋아해요"
학교동창, 친척 등 최교사와 뜻을 같이 하는 교사 6명이 알음알음으로 모여 지난 5월부터 봉사를시작했다. 때론 바쁘고 힘들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겠다는 것이 교사들의 생각이다. 토요일만 되면 공부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링거를 왼손에 꽂아 달라고 간호사에게 부탁한 후 문만 바라보는 아이들 때문이다.
"5년째 투병생활을 하면서 어른도 아이도 지쳐있는데 너무 감사해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는 말을 되뇌는 유철이 어머니 박태복씨.
그러나 정작 이들은 '고맙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
"왜 고맙습니까. 우린 더 큰 기쁨을 받아가는데요"
봉사를 시작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싹 바뀌었다. 예전엔 자녀들이 놀러 나가면 '얘들이 공부는 안하고 어딜 갔나' 하며 화부터 냈지만 이젠 '건강하니까 나갔겠지 그래, 잘 놀아라'로 사고가변했다는 것. 오히려 환자와 가족, 봉사 기회를 마련해준 동산의료원측에 더 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번 만나면 새 희망이 보인다'는 유철이의 문장처럼 이들은 한 번의 만남을 시작으로 힘들고지친 환아들에게 매주 새로운 희망의 꽃다발을 전하고 있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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