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기한 동물이야기-거미의 진동

거미 수컷은 암컷에게 다가가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력이 나쁜 암컷이 자신을먹이로 착각하고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종의 수컷 거미들은 암컷에게 자신이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암컷이 친 거미줄을 튕겨 신호를 보낸다. 같은 종끼리만 알 수 있는신호를 계속 보냄으로써 암컷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것이다.

때로 거미줄의 진동을 이용하여 거미간 살육이 벌어지기도 한다. 거미학자들 사이에 '해적'이라고불리우는 거미 종류는 다른 종의 암컷이 기다리고 있는 거미줄을 기어오른다. '해적'은 암컷에게구애 신호로 거미줄을 진동시키고 암컷은 배우자의 신호로 착각하게 된다. 이윽고 접근에 성공한'해적'은 암컷을 먹어치우고 만다. '속임수 신호'로 먹이 사냥에 나서는 해적거미는 자신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는 못한다.

멕시코산 바나나거미는 거미줄을 만들지 않지만 역시 진동을 통해 외부세계를 인식한다. 거미줄을 치는 거미들과 마찬가지로 바나나거미는 한 자리에서 먹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단지 밤에만 자신의 바나나잎 은신처에서 기어나온다.

바나나거미는 거미줄이 없는 대신 다리 끝마디에 진동감지기를 갖고 있다. 바나나거미의 다리 끝마디는 살짝 굽어있어서 거미가 어떤 물체위에 있든 물체의 진동을 받아들일수 있는 충격흡수기처럼 작용하여 먹이감을 판단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깡충거미와 늑대거미들도 거미줄을 치지않는 대신 뛰어난 시력으로 먹이를 사냥하거나 배우자를선택한다. 행동생태학자들이 실험을 한 결과 이 거미들은 예비 배우자의 모습을 비디오카메라에담아 화면으로 보여주었더니 다리를 흔들고 몸을 회전시키면서 반응을 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즉,작은 TV스크린에 투영되는 비디오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그것이 진짜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거미들은 주로 거미줄을 이용,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지만 사는 환경에 따라거미줄 대신 다른 발달한 기능을 사용, 먹이를 잡거나 번식한다고 할 수 있다.〈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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