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의무상영 문제를 싸고 정부가 폐지 조짐을 보이자 영화인들이 제작 일시중단을 선언하는 등 영화계가 들끓고 있다. 최근 한·미 투자협정 3차 실무협상 결과 미국측의 강경한 분위기로 스크린 쿼터제가 흔들릴 기미를 보이자 영화인들이 반대시위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크린 쿼터제는 지금까지 우리 영화와 영상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마지막 보루였다. 이 제도가 자유무역 체제에서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영화계의 주장대로 현시점에서 폐지해버린다면 우리의 영상산업이 설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제도의 폐지론은 산업적 측면만 고려하고 문화적 측면을 간과한 발상 이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영화나 비디오는 중요 산업이기도 하지만 한 국민의 고유한 정서와 정신,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종합예술이다. 더구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협상 때도 이 제도만은 양해 사항이었다.
스크린 쿼터제는 우리만 고집하는 제도도 아니다. 지금도 11개 나라에서 이 제도를 두고 있으며,프랑스의 경우 자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르지만 지속적으로 지키고 있는 까닭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영화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해온 것도 이 제도의 덕분이다.
현재 스크린 쿼터의 실제 적용 일수는 1백46일로 규정돼 있지만 40일 정도는 법테두리 안에서 단축돼 실제로는 1백6일이다. 그런데 이를 한꺼번에 폐지할 경우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4차 실무협상에서 1백일 이내로 절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는 하지만 큰 걱정이다.
영화인들도 이번을 계기로 자세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볼만하고 경쟁력이 있는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서 언제까지나 의무 상영에 기댈 수만없는 노릇이다. 경쟁력 있는 영화나 비디오를많이 만들어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상산업의 기반을 다져야만 한다.
이렇게 볼 때 스크린 쿼터제는 국제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지속돼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영상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우리 것이라고 무조건 감싸주는 시대가 아니고, 언제까지나 쿼터제라는 보호막 속에만 안주할 수도 없다.앞으로 우리는 국내에서의 호응은 물론 국제 대열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영화나 비디오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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