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8지역여성계명암(5)-직장여성

"2백명이나 되던 여직원이 지난 한해 동안 단 20명으로 줄어들었어요. IMF가 터지면서 지난 십수년간 여성들이 쌓아놓았던 사회적인 지위를 박탈당하고, 직장생활을 통해 성취한 자신감을 한꺼번에 잃어버린채 엄청난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고학력 여성의 증가와 전문직 여성의 진출로 안정된 피라미드를 보이며 남녀평등을 향해 달리던대구·경북지역 직장여성들이 올 한해 대다수 퇴출, 극소수의 상층부와 대다수의 저임금·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양극화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21일, IMF 구제금융과 감원으로 불붙은 구조조정의 여파로 힘들게 쌓아놓은 여성들의 사회진출 성과가 대번에 곤두박질당하면서 '직장여성 실종(?)시대'를 맞게 됐다.D은행의 경우 98년 11월 현재 여직원수가 8백63명(전체 2천4백87명의 34.7%)으로 지난해 말 1천1백13명(전체 직원 3천3백35명의 33.3%)보다 무려 2백50명이나 줄었다. 전체 직원 대비 여직원비율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지만 내용면에서는 확 달라졌다.

작년에는 정규직이 9백70명에 파트타이머가 1백43명으로 12.8%에 불과했지만 98년의 경우 정규직 5백18명에 파트타이머가 3백45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39.9%로 급증했다.

이 은행은 2명의 여지점장(2급)을 비롯, 4급 23명, 5급 2백78명, 6급 2백12명, 파트타이머 3백45명의 분포도를 보여 지난해보다 5급 여직원이 4백명 이상 줄었다.

K산업의 경우 지난해 2백명의 여사무원이 올해는 그 10%인 20명선으로 추려졌고, J내화는 여직원들에게 명예퇴직·희망퇴직의 기회마저 앗아가버려 포항여성회가 고용평등의 달(10월)에 여성발전의 걸림돌 기업으로 지목하는 불명예를 씻을 수 없게 됐다.

P개발도 명퇴직원의 절반 가량이 여직원인것으로 알려져 여성지위 향상의 중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던 직장 여성 비율, 사무직 여성분포도는 바닥권을 맴돌아 이제 사무직 여성은 '희귀종'으로, '직장여성'이라는 용어는 실종될 날도 멀잖았다는 위기감을 감추어야 할 지경이다."여성인력은 산업예비군처럼 여겨 구조조정에서 여성이 해고 0순위를 면치 못한데다 어차피 짤릴바에야 명퇴금· 위로금이라도 줄때 퇴사하자는 안일한 심리가 팽배, 직장여성들의 대량 퇴출로이어졌다"는 대구· 경북여성단체연합 김숙자 대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직장여성들이 평생직장의 개념을 갖고, 일터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했다"고 말했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