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국방 해임안 표분석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1백35 대 1백35의 여야 동수로 부결된 천용택국방장관 해임건의안 표결결과는 한 마디로 소수야당의 '정치적 승리'였다. 한나라당은 표결에서 지고도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물론 해임건의안이 부결됐으므로 표면적으로는 여당의 승리였지만 내부를 보면 부결시킨 여당으로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 불신의 벽만 높였고 집권1년도 안된 상황에서 반란표가 발생하는상처만 남았다.

반면 해임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한나라당은 충분히 해임안의 의미를 평가받았고 동요하던 집안내부의 결속과 함께 대외적으로 단결된 힘을 과시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었다.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표결직후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 남은 국회일정순항을 기대했으나 한나라당에서는 서로를 격려하며 "우리가 이겼다"고 기뻐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비록 부결됐지만 정치적으로는 야당이 승리한 것"이라며 의원들의 높은 참여율과 결속을격려했다.

한편 이날 표결에는 전체 재적의원 2백99명 가운데 2백72명이 참여했다. 1백37석의 한나라당은 1백31명이 출석했고 1백5석의 국민회의는 98명, 53명의 자민련은 42명이 각각 출석했다. 4명의 무소속의원은 2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여당은 1백39명 출석에 1백35표를 얻어 4표가 적었고 야당은 1백31명 출석에 1백35표를얻어 4표를 더 얻었다. 기권과 무효표는 각각 1표씩 나왔다.

이를 분석하면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무소속의원 두 사람이 가(可)표를 던졌고 한나라당의원이 모두 가표를 던졌다면 여당에서 최소 두 사람이 가표를 던졌고 다른 두 사람은 기권과 무효표를 던진 것이 된다. 또 무소속의원들이 부(否)표를 던졌고 한나라당에서 모두 가표였다면 여당 내에서 4명이 부표를 던졌고 또 다른 두 명은 기권과 무효표를 던지는 등 이탈표가 6표가 된다.

그러나 만약 한나라당내에서 이탈표가 있었다고 가정할 경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박희태(朴熺太)한나라당원내총무가 투표 전 "우리 당에서 5표 내지 10표가 이탈, 찬성표가 1백20표에서1백25표 나오면 다행"이라고 걱정한 것처럼 이탈표가 나왔다면 여당의 반란표는 그 숫자가 훨씬많아지는 것이다.

한나라당내 탈당예상자 명단이 나돈지 오래됐고 이미 마음이 당을 떠난 의원들이 상당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내 이탈표 전무(全無)를 상정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여당내 반란표 다수존재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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