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북자 정치범 수용소 수감

"착잡할 따름입니다. 살아있기는 하지만 정치범 수용소라니…"

지난 87년 강제 납북된 유학생 이재환(37)씨와 동진호 선원 최종석(53)씨의 가족들은 31일 이들이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는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이씨의 동생 석환씨(33·회사원)는 "살아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 희망도 있었는데 수용소에 갇혀있다니… 형님이 너무 힘들 것만 같습니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87년 7월 미국 MIT 공대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던중 여름방학을 이용,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납북됐다.

당시 민정당 의원이던 아버지 이영욱씨(67)는 북측의 자진월북 주장에 "절대 월북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장손 재환씨를 누구보다 귀여워했던 할머니의 1주기 제삿날. 모처럼 한자리에모인 이씨 가족들은 "억울하게 납북된 이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써야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씨의 어머니 변양자(63)씨는 "처음 몇년간 미친 사람처럼 재환이를 찾아헤맸어요. 잠도 못자고…"라며 스치듯 지나가는 과거를 떠올린 채 눈물을 삼켰다.

한편 고기잡이를 나갔다 납북된 남편 최씨의 생사조차 모른 채 지내온 부인 김태주(51·부산 사하구 당리동)씨도 남편의 생존소식을 확인한뒤 "살아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 지…"라며 걱정했다.

김씨는 "남편이 납북된 뒤 시어머니가 95년 홧병으로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나는 남편이 꼭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계속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정부와 북한당국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남편의 귀환에 온 힘을 다해줬으면 하는바람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87년 1월 동진27호를 타고 다른 어부 12명과 서해 백령도 서북방 공해상에서 고기를 잡다납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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