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전 법조비리 사건 전말

새해초부터 법조계를 송두리째 뒤흔든 대전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 사건 수사가 우여곡절끝에 24일만에 일단락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변호사의 수임비리 차원을 넘어 고질화된 법조계의 떡값.전별금 수수와 향응관행을 단죄의 도마위에 올려 놓았다는 것외에도 수사 막바지에 터진 '심재륜(沈在淪) 고검장사태'로 검찰조직이 요동치는 등 엄청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검찰 수뇌부는 당초 '신속.엄정수사' 방침아래 사건을 소개한 검사들을 전원소환, 조사하고 떡값을 수수한 검사들에게 사표제출을 종용하는 등 자체적으로는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했으나 여론은해당 판.검사들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요구하는 등 법조계 전체를 매몰차게 몰아붙였다.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이 "떡값이나 전별금을 받는 관행이 용인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검사는 앞으로 수도승이나 신부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청렴'한 검찰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검찰은 이변호사의 진술과 계좌추적을 통해 당초 사건소개 리스트에 거명된 28명과는 별도로 100만∼600만원까지 떡값을 받은 검사 13명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으나 수사과정에서 현지 수사책임자였던 대전지검 이문재(李文載) 차장검사도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검찰은 200만원 이상의 떡값이나 향응을 받은 현직 검사 8명에 대해 사표를 받기로 하고 사표제출을 종용했으나 검사장 2명을 포함, 6명만이 사표를 내고 2명은 끝내 거부했다."여론에 떠밀려 징계시한 조차 지난 사건으로 옷을 벗기려 한다"는 내부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표제출을 종용받던 심고검장이 검찰수뇌부의 동반사퇴를 요구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수사 막바지에 터진 '심재륜 파동'은 대전사건의 물줄기를 졸지에 '정치검찰'시비로 바꾸면서 검찰의 위상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검찰의 고위 간부가 스스로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비하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급기야 총장용퇴론까지 대두됐다.

수뇌부의 발빠른 대응으로 검찰내부의 동요는 조기 진화됐지만 상상할 수조차없는 '하극상'사건으로 검찰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법무부와 검찰은 극도로 혼란스러운 조직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개혁인사'를 서두르고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하는 등 '환골탈태'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조계의 떡값 및 전별금 수수 및 향응 관행과 현직 판.검사들의 사건소개행위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법조비리 근절을 위해 기관장의 지휘책임을 강화하고 현직 판.검사들의 사건소개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전직 동료검사 사건에 대한 사건회피제, 연고지 근무를 못하게 하는 '향피(鄕避)'제등을 도입하는 등 각종 제도 및 인사개혁안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그러나 검사 개개인의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실천의지가 뒤따르지 않는 한 제도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는게 시민들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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