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사극과 역사왜곡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영국의 방송전문지 TBI가 40개국을 조사한 결과 우리는 어느 장르보다도 TV드라마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이 코미디를, 프랑스인은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는 또한 드라마 중에서도 사극(史劇)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즈음 사극은 어김없이 '왕위 찬탈전'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KBS 1TV의 '용의 눈물'이 그랬고, 후속작으로요즘 방영되고 있는 '왕과 비'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넘보는 음모와 흔들리는 조정의 관리들, 왜곡 논란에 휩쓸리는 중심인물들…. 역사 해석에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지, '드라마로 보는 역사'인지 혼란을빚기 십상이다.

흥미 위주로 사건을 부각시키다 보니 진실과는 거리가 먼 야사적(野史的) 접근이 이뤄져 역사를왜곡할 소지마저 적지 않다.

최근 '왕과 비'의 인물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작진은 '수양대군 왕위 찬탈' 묘사를 둘러싸고 한 역사평론가와 대립, 역사 해석을 놓고 법정시비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역사평론가 이덕일씨는 "'왕과비'가 수양대군을 지나치게 미화, 역사를 斂紵構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작가 정하연씨는 "역사 왜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며 20여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제기할 움직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자들도 '왕과 비'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계유정난과 수양대군의 집권은 명백한 '쿠데타'이며 '왕위 찬탈'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 드라마는 '조선왕조실록'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특히 세조와 단종 실록의 경우 집권자의입장에서 쓴 것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사극에서도 작가의 창작의 자유는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사실을 심하게 왜곡한다면 드라마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민에게 '독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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