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남우세

어린 시절, 우리 형제들 중의 누군가가 바깥에 나가서 동네아이들과 싸우고 돌아오면 어머니께서마냥 우리들을 나무라며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너희들 때문에 동네 남우세스러워 어떻게 낯들고다니겠냐는 거였다.

당신들의 부부싸움도 그랬다. 화가 북받쳐 열심히 싸우다가도 두 분 중 하나가 이러다가 이웃(?)이 듣겠다는 말을 꺼내면 그걸로 싸움은 김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대체 소리를 못 지르는 싸움이싸움 같기나 한가 말이다.

새삼 돌이키면 우리 민족처럼 체모와 체통을 중요시한 민족도 달리 없을 것이다. 몇날을 못 먹어부황이 들더라도 입성은 깨끗하게 내보내는 것이며 어릴적 자리에 오줌을 싸면 키를 씌워 동네를돌며 소금을 얻어 오게 한 것도 대외적 수치심을 겪게 새해서 야뇨증을 없애려는 심리치료 방법의 하나였던 셈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모양들을 보자면 예전의 그런 수치나 부끄러움 따위는 눈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다.

경제 청문회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 경제를 망쳐 청문회에 불러나온 증인이 외려 기고만장하거나뇌물죄로 징역까지 살고 나와서도 버젓이 국회의원 노릇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그 지도층인사들에게 수치나 부끄러움의 감정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또 절되죄로 징역을 살고나온 전과자가 스타나 된 것처럼 TV에 출연하는 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런 후안무치한 사회에서 도덕 교육이니 문화 세기니 하는 말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무튼 이런 반도덕적, 비윤리적 환경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눈감고 아옹하듯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이야말로 현대판 피에로가 아닐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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