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현직 판사의 이유있는 항변

현직 판사가 법원 전산망에 법관 인사제도와 사법부 구성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실은 것은 충격적이다.

수원지법 문흥수(文興洙)판사가 지적한 바, '법관들의 인사권자 눈치보기'와 '법관 재임용의 문제점'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비록 해묵은 논제들이지만 이례적으로 현직판사가 구체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예삿일만은 아닌 것이다.

문판사의 행동에 대해서는 소신있는 행동이란 평가와 함께 현직 판사가 그럴수 있느냐는 반대의견으로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사실상 언로(言路)가 막히다시피한 현재의 사법부 체제에서 글이 게시된지 하루만에 전국 법관의 80%이상이 읽고 격론을 벌인 것은분명히 의미심장하다.

문판사는 지금 우리 사법부가 가장 아프게 느끼는 정곡을 찔렀고 그 아픈만큼 법조계 전체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술렁대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문판사의 주장에는 귀 기울일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그는 10년 주기의 재임명 제도나 고법부장·대법관등 발탁 승진제도가 법관의 소신 판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많은 법관들이 독립된 법관으로 처신하기보다 승진과 탈락, 영전과 좌천이 잇따르는 법원조직의 종사원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판사는 또 전관예우의 관례가 법원을 거물변호사 양성소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개탄, "이래서는 안된다"고 개혁을 주장하고도 있다고 볼수 있는것이다.

지금까지 관료적 법조제도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도 대법원은 법원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인정해서 개혁해 나가기보다 이를 외면한채 임시 미봉으로만 때워넘기다 이제 조직 내부로부터까지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작금의 민주화 추세에 따라 이러한 문판사의 이유있는 항변은 상당한 국민 여론의 지지마저 얻고있다고 보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대법원은 덮어놓고 조직안정만을 위해 임시 미봉책으로 사실을 외면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이제 대법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바르게 인식해서 각계각층의 모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할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현행 사법제도를 운용한 결과 대륙법계의 법조 관료주의가 지속되는한 지금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들이 계속될 소지도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런만큼 변호사로 10년이상 일한 사람중에서 판사를 임용하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철폐하는 영미(英·美)식 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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