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스산했던 빈 강의실의 새 주인을 맞기 위한 채비로 분주한 요즘 문득 내 시선을 붙드는것이있다. 넓적한 소매에 한껏 주름넣어 여유를 부린 검은 가운과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에 힘을 주는 반듯한 사각모.
아직은 보송보송한 솜털을 간직한 채 호기심어린 눈으로 교문을 들어 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이제는 제법 수려해진 깃털을 가다듬으며 낯설지만 흠미진진한 세상 밖으로의 비상을 준비하는어린 제자들을 볼때면 그 동안 잊고 지내왔던 시간의 흐름이 한꺼번에 전해져 온다.어색한 환경과 서툰 만남속에서 서로에게 적응하기 위해 애쓰던 시간들, 부푼 기대와 희망속에선택한 학과 공부가 기대에 못미친듯 힘들어하던 모습들.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일어서는 젊음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밤샘 작업을 통해 그들만의옷으로 완성되었고, 성취의 기쁨조차 겸손하게 다스릴 줄 모르던 그 미숙한 감정처리 까지도 기억에 떠올리니 새삼 웃음이 난다.
이제 그들이 떠나려 한다. 서로가 풀어놓은 인연의 실타래를 조여잡고 지내온 시간들을 뒤로한채세상으로 나간다.
내가 할일은 내가 잡고 있던 인연의 실타래를 조금씩 놓아 주는것 뿐.
지금도 내 손엔 수많은 인연줄이 쥐어져 있다. 내가 원하고 바라던 것과 나도 모르는새 쥐어진것들까지. 하지만 인연이란 끝이 없어서 풀고 당기다 보면 언젠가는 또다시 마주 보게 되는 것.그래서 우린 항상 좋은 만남을 원하는 만큼 산뜻한 '헤어짐'을 소망한다. 언젠가 불현듯 찾아올지도 모르는 해후에 떳떳할 수 있도록.
아직은 기대조차 성급한 새봄의 저편에서 나의 새로운 인연을 찾으면서 아름다운 헤어짐까지 설계해 보는 분주한 마음 한 자락이 설렘으로 일렁인다.
〈대경대 의상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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