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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부설 오운여상 '억순이'들

일하며 공부해 3년 동안 4천여만원씩을 저축한 '억순이' 여고생들.

12일 졸업식을 가진 구미공단내 코오롱 구미공장 부설 오운여상 3학년 1반 학생 41명. 지난 3년동안 고향 집을 떠나 공장에서 학교에서 밤 낮 없이 고생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이들은 이날 그토록 꿈에 그리던 졸업장과 함께 4천여만원이 저축된 통장을 받았다. 1반 전체 저축액은 13억원(퇴직금 포함 16억원). 단위 학급의 저축액으론 기록적이다.

3년 동안 담임을 맡은 윤인한(37) 교사가 보름 단위로 용돈을 쪼개 주고 월급의 90%를 저축하도록 권장한 결과였다.

이만한 돈이면 시골에서 힘들게 일 하시는 부모님께 논 한 마지기라도 선물할 수 있겠지, 학비가없어 진학을 망설이던 동생의 학비를 이제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

소박한 꿈을 꾸는 이들의 눈물엔 작은 행복이 담겨 있다.

3년 전 일반고교에 진학한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을 애써 감추고 찾았던 낯선 구미공단. 작업을마치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공부한 지난 날들이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피곤에 지쳐 기숙사에 들면 파김치가 됐던 무수한 날들. 이젠 아름다운 소녀 시절의 추억으로 가슴에 담고 정든 교정을떠나게 됐다.

매일신문 여성백일장에서 근로여성 산문부 장원을 한 이승민(20)씨는 졸업생을 대표해 "고되고힘들었지만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됐다"며 "더 공부를 하거나 사회에 나가 당당한 일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 억순이들은 6명의 선생님, 27명의 후배들을 남기고 떠나지만 나이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열심히 살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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