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차와 함께 30년 철도기장 김상구씨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부부가 아이들 손잡고 내릴때면 집 생각이 간절하죠.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닙니까"

올해로 기차와 인연을 맺은지 딱 30년이 된다는 철도 기장 김상구(50.대구시 수성구 상동)씨. 지난해 무사고 100만km를 돌파해 훈장까지 받은 김씨의 달력에는 올해도 설이 없다."명절을 가족과 보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도 운이 좋을 때 두세시간 짬을 내는 것이 고작이죠"

증기 기관차가 레일을 달릴때부터 철도 인생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집안의 종손이면서 3남매의 가장. 그래서 일년중 '명절'을 눈앞에 둔 이맘때가 되면 가장 괴롭다.

기관실이 아니면 역사 한켠에 마련된 합숙소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대신하는 안부 전화 한통거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

"아마 기관사치고 명절때 사표내려고 한번쯤 마음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김씨는 "귀성객을 가득 태운 밤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 승객이 다 내리고 나면 그렇게 가슴이 허전 할수가 없다"고 털어 놓는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시민들의 고향길'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옛날에는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수만명이 고향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밤을 새우는 등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고속버스와 자가용이 늘어 덜하다는 얘기다.

이번 설도 변함없이 기관실에서 보내게 될 김씨는 한가지 꿈이 있다.

"이제 정년 퇴직이 7년 가량 남았습니다. 그전에 남북 통일이 돼 실향민을 태운 귀성 열차를 몰고 평양역을 거쳐 신의주까지 가보는 것이 기관사로서 마지막 바람입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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