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명동 '극복인의 집' 식구들

대구시 남구 대명동 '극복인의 집'. 움직이기도 힘든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새 삶을 꾸려나가는 곳이다.

군밤장사를 하면서 식구들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최창현(35)씨를 비롯, '장애'와 '가난'이라는 두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는 '동지'들은 모두 5명.

"군밤을 팔아 버는 돈이 고작 하루 2만5천원이지만 외톨이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만 해도 큰 기쁨이죠" 회장격인 창현씨는 식구들 모두 머잖아 자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극복인의 집엔 며칠씩 머물다가는 장애인들이 항상 북적인다. 어림잡아 한 달에 30명. 먹을 것,입을 것이 풍족할 리 없지만 나누는 기쁨이 이들에겐 커다란 행복.

지난 달에는 한 독지가가 이들에게 보내온 쌀을 다시 포장, 이웃에 사는 지윤(14.가명)양에게 갖다줬다. 팔순의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장애인 소녀가 자신들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밤이면 동네를 돌아보는 것도 이들의 빠짐없는 일과다. 이웃에 사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공갈을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길 듣고 시작한 일. 추운 밤 휠체어에 의지한 동네 한바퀴지만 이 때만큼은 '투캅스'가 된 것만 같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크다고 믿은 이들이지만 걱정도 많다. 붕어빵장사에 실패해 지난 해 말부터쉬고 있는 이재창(30)씨,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공공근로조차 하지못하는 이수진(27.여)씨.

"정상인들이 저희에게 무언가를 당연히 줘야 한다는 약한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하지만 동등한기회는 허락해줘야 합니다. 사회의 차별만 없어도 장애인들은 일어설 수 있어요"이번 설에는 식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극복인의 집' 식구들.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해야하나" 이들의 얼굴에도 명절은 찾아오고 있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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