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각제 결전의날 임박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간의 내각제 담판은 다음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연휴를 보내면서 정국구상을 마친 김대통령은 일단 내각제 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경우 자신의통치기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김총리와의 담판을 앞당길 것으로 전해졌다. 김총리 역시17일 대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 개헌의지를 재차 피력하는 등 김대통령에 대한 압박을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23일 열릴 주례회동에서 양자가 모종의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우선 김대통령이 내각제 문제에 관한 한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대야관계와 마찬가지로 자민련과의 관계에서도 양보하고 달래기만 할 경우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다 박태준(朴泰俊)총재와도 내각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내각제 연기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이라고 판단해 강공으로 밀어붙이는 게 나은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여권관계자는 전했다. 오는 21일 있을 국민과의 TV대화와 24일 취임1주년 기자회견이 내각제 개헌 연기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것도 이같은 분석때문이다.

반면 김총리와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총리는 17일 대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소리 저소리 나오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단 하나뿐" 이라면서 청와대등 일각에서 흘리고 있는 내각제 연기설을 일축하고 연내 내각제 개헌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당은 당대로 이미 내각제 개헌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혀놓은 상태다. 내각제 추진위원장인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등 자민련 주류측은 이미 취임 1주년인 25일까지 김대통령이 연내 내각제 개헌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명해줄 것을 박총재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주례회동에서 김대통령이 내각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경우 김총리가 반응을 보일 것은 뻔하다.

하지만 자민련 주류측의 내각제 공세가 의도대로 굴러갈 지는 미지수다. 우선 자민련 충청권과는달리 당을 책임지고 있는 박총재가 여전히 내각제 문제에 관한한 김대통령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대통령도 최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각제 문제와 관련"김총리 및박총재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박총재의 역할을 강조해놓은 터여서 박총재의 거중조정이자민련의 내각제 공세에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한 사실이다. 결국 자민련의 내각제 공세에 최대 취약점은 내부가 제대로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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