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을 둘러싼 유언비어가 난무한다고 한다.
"대기업 빅딜과 기업구조조정은 현정권의 영남죽이기다" "IMF환란에도 불구하고 호남지역경제는호황이다"는 말이 뜨도는가 하면 심지어 "미스코리아 선출에도 지역차별이 작용하기 시작했다"는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나는 먼저 국민정부 출범 이후 영남지역이 지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말이과연 '사실'일까를 반문해 보게 된다.
사회과학자인 나는, 국민정부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 유의미한 지역차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
통상 거론되는 부도율이나 실업률도 국민정부의 의사결정이 지역감정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을 증거해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된다.
나는 "재벌체제의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아니라 성형수술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정부의경제개혁을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빅딜을 둘러싼 의사결정 자체가 지역차별 요인에 의해 굴절되고 있다는 주장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삼성자동차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삼성이 자신의 무리한 투자결정을 합리화하고 밀어붙이다가 한국경제 전체가 '거덜나는' 지경에서 IMF사태가 발생하였다.
현재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조조정과 빅딜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리고 정부의 빅딜안 및 그에 따른 고용승계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한 비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기업의 뒤늦은 구조조정을 지역감정과 연관시키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수긍하기 어렵다.
현재의 영남사람들이 구조조정을 그렇게 '해석'하기로 말하면 호남사람들은 수십년을 그런 '해석'속에서 살아왔다는 반론도 제기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현재 지역감정의 휴화산, 아니 활화산이 존재하고 있다. 지역감정은 언제든지 누군가가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하기로 하면 불이 붙게 되어있다. 최근 지역감정이 극단적인 유언비어로 증폭되는 데에는 객관적인 두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구조조정 효과의 지역적 차이이다.
구 정권 하에서 개발의 상대적인 수혜지역이었던 지역에서는 산업생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 및 경제침체의 여파가 더욱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둘째 정권교체의 심리적 효과가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호남지역은 50년만의 정권교체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크고 그래서 '대통령이 잘 되기만하면 웬만한 것은 감내할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어 있다. 반면에 영남지역은 정권교체로 인한상실감이 큰 지역이다.
문제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지역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큰 영남지역에서, 더구나 정권교체로 인한심리적 상실감이 큰 영남지역에서, 정치가들이 이것들을 증폭시켜 지역감정과 연결시키고 있다는것이다.
실제 최근의 유언비어는 바로 정치가들에 의한 '부정적 동원화'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특히 야당은 지역감정에 기대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역감정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동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악용과 증폭의 정치적 계기를 허용한 여당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역감정적 유언비어가 들끓게 되고 집권당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됨으로써, 집권당이 예정하지않았던 몇가지 경제적 혜택을 끌어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뼈를 깎는 개혁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 감정 때문에, 청문회에 서야할 전임대통령은 집에서 호령하고, 비리국회의원들은 지역주의의희생자라고 항변하며, 국회의원은 재선을 위해 지역감정에 편승할 방법만 찾을 때,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마비되고, 온 사회가 '심리적 패닉'상대에 빠질 수 있다.
지역감정 때문에 온 사회가 '도덕적 해이'상태에 빠지고 개혁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될때, 그리하여 다시금 경제위기가 엄습하여 올 때, 손해보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지역감정이 만들어내는 '신기루'를 따라간 국민들일 것이다.
어차피 경제위기를 초래한 재벌과 정치인 관료들은 크게 손해보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역감정에 의존한 싸구려 해답이 아니다. 보다 냉철한 의식으로 IMF에 이르게 된 위기의 원인들을 성찰하고 지역적 해법이 아니라 국민적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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