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사 조국현씨 시전지 관련 전시관 열어

보내는 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아름다운 편지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조선시대의 독특한 편지지인'시전지(詩箋紙)'관련 자료를 보여주는 전시관이 국내 처음으로 대구에서 문을 열어 관심을 모은다.

작은 개척교회를 이끌고 있는 조국현(曺國賢·45·말씀교회목사)씨가 지난 1월말 개관한 '말씀교회 박물관'(대구시 동구 방촌동 강촌마을내 강촌종합상가). 조목사 집안에 전해져 오는 시전지판(詩箋紙版)과 자신이 직접 재현한것, 홍화·치자 등 천연안료, 시전지에 찍는 낙관 등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시전지는 사군자나 십이장생 등의 문양을 나무판에 새겨 판화처럼 닥종이에 찍은뒤 그위에 시구를 쓰거나 편지글을 썼던 종이. 낭만과 풍류가 넘치는 생활예술의 하나로 조선시대 궁중과 사대부계층에서 널리 애용됐다. 화전지(畵箋紙)라고도 하며, 용문양이 그려진 궁중 편지지는 어전지(御箋紙)로 구별되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나 흥선 대원군 등 당대의 묵객·정객들중엔 독특한 문양의 전용 시전지를 사용한 예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화와 컴퓨터 이메일이 편지를 대신한 현대에서 시전지전통은 이미 오래전 자취를 감춘 상태. 박물관이나 인사동 같은 데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목사가 사라진 시전지 명맥을 이으려 애쓰는데는 글과 친숙한 가풍에서 비롯된다. 대대로 서당을 열어온 집안으로서 조목사 5대조(祖)때부터 전승돼온 시전지판들이 아직도 여럿 남아있고 그 자신도 20년전부터 시전지 제작을 해오고 있다. "시전지는 글씨와 그림이 어우러진 일종의 문인화이자 당시엔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다색(多色)판화로서 생활속에 녹아든 예술이었다"고 강조한 조목사는 "시전지의 맥을 미약한 힘으로나마 잇고 싶어 전시관을 열었다"고 밝혔다.

31평의 면적에 초라한 시설이지만 조목사 집안의 시전지판들과 자신이 직접 제작한 300점 가까운 시전지판, 닥종이에 찍어낸 시전지 등이 전시돼 있다. 직접 서예도 하는 조목사는 자신이 재현한 시전지를 관람객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이 전시관엔 시전지 자료와 함께 성서속의 법궤모형과 예루살렘 성지의 교회모형, 재현된 제사장복장, 감람나무 열매 등 성서관련자료들도 다수 전시되고 있다.

'말씀교회 박물관'은 매일 오전11시부터 오후3시까지 예약자에 한해 개방한다. 문의 982-4006, 985-1595.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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