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대구시 수성구에 자리한 한 아파트…. 주방을 가린 커다란 벨벳 커튼에 음악회를 알리는 종이글씨가 나붙어있고, 무대 겸 객석으로 쓸 거실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백곰인형이 어진 표정으로 음악회를 평화롭게 기다리고 있다. '제2회 작은 음악회'.
음악을 사랑하는 6가족이 힘을 합쳐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이 음악회는 이 세상 어느 음악회보다도 귀하고 소중한 무대이다.
취미 삼아 악기를 다루거나 전공으로 음악을 택한 자녀들이 평소 어버이께 말로 다하지 못하는 감사함을 선율에 실어 전달하는 효(孝)의 무대이자 언제나 품안에만 있을 것 같던 아들 딸들이 어느 새 쑥쑥 자라난 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보는 내리사랑의 무대이기도 하다.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오랜만에 만날 지인들 생각에 기다림이 더해지고, 자녀들은 연주회가 끝나고 주고받을 얘깃거리가 더 없이 기다려진다.
음악회를 기다리며 몇 몇 자녀들은 가족 음악회의 취지와 순서를 알리는 작은 팸플릿을 만들었고, 아파트를 가족 음악회장으로 제공한 정혜정(40)씨는 아래 윗집에 양해를 구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초등학생 이하의 동생들이 꾸미는 제1부가 시작됐다. 고사리손으로 '젓가락행진곡'을 친 유원석(경주 유림초교·8)군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의젓하게 인사를 했다.
원석·준석이의 아버지이자 가장 진지한 관객이었던 유경재(43)씨는 "가족음악회를 통해 많은 걸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포항 대흥초교 5학년인 유은재군이 첼로로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고 박재영(영신초교 5)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했던 '로미오와 줄리엣'(니노 로타 작)의 사랑을 피아노 선율에 담는다.
용지초교 6학년인 박진영은 클레멘티의 소나티네 9번을, 동일초교 6학년인 이새아는 롬베르그의 소나타를 연주했다.
오늘 연주회의 총감독은 정혜정씨, 비디오카메라 책임은 이우녕씨 부부. 아내 정혜정씨는 자녀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인사하는 법, 무대걸음 걷는 법을 꼼꼼하게 챙겨주고, 남편 이우녕씨는 넉넉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연주 모습을 일일이 무비카메라에 담았다.
송금덕(47) 박진희(45)부부의 차남 송현직(동중 3)군은 장구를 두드렸고, 지산중 3학년생인 박상용군은 자신이 선곡한 유모레스크 등을 플루트로 선사했다. 가리블디의 C단조는 유신재(포항 대흥중 1)군이, 자이츠의 바이얼린협주곡 2번3악장을 이승민(대구 동중 3)군이 연주하고 나자 송현지(경북예고 1)양이 럼버그 작 '사랑을 위하여'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찼던 가족음악회를 부드럽게 마무리했다.
"작년에는 부모들이 마카레나춤도 함께 추었는데 올해는 자녀들만의 무대로 꾸몄다"는 어머니 오연희(39) 심경희(39) 정현주(40)씨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새겨진다. 가족끼리 모여서 작은 음악회를 즐기는 집들이 늘어나면 우리사회도 불협화음 대신 하모니를 이룰수 있다고.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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