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대중문화 상륙과 대응

세기말인 요즘 우리 사회는 '제2의 개화기 마냥 100년전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개화기 때처럼 외국의 문물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수세적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문화에 있어서는 그렇다. 서구의 문물이 물밀듯 밀려들어온 100년전과 영화에서부터 대중음악.애니메이션.패션.패스트푸드까지 미국, 일본의 대중문화의 대진격이 펼쳐지고 있는 20세기말의 상황이 흡사하다. 다만 문화의 이면에 깔린 경제논리의 파고가 더욱 거세고 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드높아지는 외국문화의 파고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문화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이제는 단순히 외국문화를 수용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풍토 조성과 개성있는 문화상품 개발이 중요하다.

정부는 문화산업을 21세기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올해 주요업무 계획에도 애니메이션.영화등 영상산업을 비롯 게임산업, 음반산업, 방송영상산업, 출판인쇄산업, 패션 및 디자인산업, 도자기등 공예산업등 7대 부문을 전략산업으로 집중육성한다는 방침이 포함돼 있다.

일본의 경우 특히 대중문화는 세계를 향해 넓게 발을 뻗고 있다. 만화와 게임은 세계시장을 정복했고 애니메이션은 미국 디즈니사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우리 국내시장에도 지난해부터 일본대중문화가 본격 상륙했다. 아직까지 개방의 충격이 그다지 커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도 시급히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약점을 알고 보완해야 한다. 우리 대중문화계는 늘 다양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댄스음악위주의 대중가요, 몇몇 만화가가 독식하고 있는 만화업계, 어린이만 보는 애니메이션등 편협하기 짝이 없다.

외국의 대중문화와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대중문화의 다양성 확보가 지상과제다. 우리의 대중문화에 다양성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창의성있는 인재를 다양하게 양성해야한다. 끊임없이 창의성있는 다양한 인재를 필요로하는 게 대중문화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미국 할리우드와 일본의 대중문화계가 개방적 풍토를 지니게 된 것은 고상한 이념이나 의식 때문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의 결과다. 대중문화비평가 김지룡씨는 "창의성있는 다양한 인재를 등용해야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한국의 문화상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의성있는 다양한 인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최근 움직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일본 여성영화인들이 '최승희'로 대표되는 한국무용을 집중조명하는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최승희가 당시 일본 지식계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라는 점과 한국무용을 일본에 대중에 알리고 한국예술의 본질과 핵심에 접근하겠다는게 제작 취지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무용의 국제성을 간파한 일본문화계가 최승희의 무용세계를 통해 일본 근대무용의 정체를 찾아 세계에 알리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영화사가 기획중인 영화를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가 사전제작지원을 위해 1천500만엔(약 1억7천만원)을 투입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한일간 문화교류차원에서 벗어나 아시아권에서 문화주도국의 위치를 차지하려는 공격적 문화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90년대이후 세계 문화시장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 디지털시대의 세계 문화계의 판도는 지금보다 더욱 빠르고 진폭이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 이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문화의 미래는 어둡다.

〈文化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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