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공부 못한 게 한이었어요. '중학생' 소리를 듣고 싶은 희망을 몰래 가슴에 품고 화선야학에 다니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제 꿈에도 상상못한 대학생이 되었어요. 같이 대학생이 된 남편과 열심히 사회복지분야를 공부, 이제부터라도 '봉사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억척 아내' 박성자(50·황금주택 대표·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 남편 고팔용(56)씨와 새로운 인생을 향한 비상(飛翔)의 날개를 나란히 펼칠 수 있게 된 것이 꿈만 같다.
이들은 '칼로 물베기'라는 부부싸움을 결혼후 단 한차례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고 채워주는 진정한 반려자로 지내왔다. 이번 신학기에는 아내 박씨가 대구미래대 사회복지학과, 남편 고씨가 대구대 사회복지학과에 나란히 입학, 마지막으로 '늦배움'이라는 한배를 타게 된 것이 그저 가슴 뿌듯할 뿐이다.
"먹고 사느라 돈벌기에만 바빴지요. 어느날 성당 주보에 실린 야학소식을 보고 가슴에 묻어뒀던 공부병이 도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남편과 자녀들이 발벗고 돕기 시작했어요"
시집간 맏딸 은애(26)와 사위 홍기봉(30·구미 LG연구실)씨 부부, 둘째딸 경남(24·효성여중 교사)씨와 입대한 아들 정추(22)군 등 온가족이 '나이 50에 공부를 발견한' 엄마를 돕기 시작했다.
"아내가 IMF가 터진후 집지을 일감이 없어지자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더군요" 남편 고씨는 아내가 화선야학(범어성당내)에서 밤공부를 계속한 지난 3년을 한결같이 등하교 시키는 '천일야화'식 외조를 톡톡히 했다.
"나도 야간고등을 나왔는데 아내까지 야학이라니 내 인생은 왜 이리 야간일색이냐는 생각도 스쳤지요"
조실부모하고 형님 밑에서 어렵게 자라 주경야독하며 병원 X-ray기사로 일한 고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공장에서 오른손 가운데손가락이 잘린 박씨. 이들이 단칸방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이후 50대 부부 대학생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에는 두가지 남다른 신조가 있었다.
'돈을 벌겠다'는 일념과 어리석지만 정직하게 살겠다는 신념이 그것이었다. 박씨는 집짓는 현장에서 '박사장님'이란 호칭 대신 직장을 치우고 집짓는 일에 합류한 남편 고씨의 성을 좇아 '고씨 아줌마'로 불리며 인부들과 똑같이 일하고, 정직하게 재료를 썼다. 덕분에 '날림 집쟁이'라는 얘기한번 들은 적 없었다. 그러나 말못할 아픔을 삭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세살, 다섯살, 돌바기가 된 아이 셋을 자전거에 싣고 공사판에 나갔어요. 한참 일하다 돌아보니 애들이 흙탕에 엎드려 자고 있었어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요"
워낙 없이 살아서 오로지 돈만 벌면 된다고 여기던 생각은 그러나 "버는 것보다 쓰는게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준 한 사제를 만나고부터 달라졌다. 베풂의 삶에 눈뜨게 된 것.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본격적인 '사회복지' 공부에 나서게 됐다. "더러 바보취급을 당하거나 속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거짓말하기보다 속는게 나아요"
우직할 정도의 정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간다는 진리를 이들 부부는 확신하고 있다.
〈崔美和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