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신증식증 앓는 여덟살 주희네 가족

"훌륭한 의사선생님이 되어 아픈 어린이들을 치료해 주고 싶어요"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신체가 남성화된다는 선천성 부신증식증을 앓고 있는 주희(가명.8.대구시 달성군). 동생들과 어울려 장난치는 모습에서 병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평생을 치료해도 완치 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유난히 살갑게 굴던 맏딸 주희를 치료하기 위해 어머니 김순희(가명.29)씨는 사방으로 뛰어 다녔다.

그러나 IMF한파로 지난해 4월 아버지 박민수(가명.30)씨가 다니던 목재사가 부도로 문을 닫자 주희의 약값은 고사하고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해져 버렸다.

"애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그동안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막내 아들 분유값이 없어 우는 아이를 안고 쩔쩔 매는 아내를 보면 가슴이 더욱 미어 집니다" 하늘에다 원망도 해보았다는 박씨는 다행히 운전경력이 인정돼 6개월전부터 택시기사로 취직을 했으나 여전히 매달 30여만원의 치료비와 월세는 떨쳐버릴 수 없는 걱정거리다주희에게 봄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되찾아 줄 날을 기다리는 박씨부부. 지속적인 약물투여를 하면 정상인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의사의 한마디 말을 끝까지 부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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