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지자체 대외협상 능력 키우기

한일어업실무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정부의 협상능력과 방법에 한계를 드러내 이제는 국가간 지역간 협상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도 이제는 전문인력을 키워야 세계화 대열에 낄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이번 한.일 어업협정 협상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협상능력이 고작 그것이냐?"며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반응들이다. 처음부터 너무 모르고 달려든 꼴이라는 것.

우선 시간에 쫓겼다. 94년 UN해양법이 발효되면서 200해리 EEZ(배타적 경제수역)가 도입됐고 이에따라 96년 한국과 일본은 각각 이 협약을 비준했다. 그러나 이 협약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1년후 자동파기"되게 규정돼 있었다. 98년 1월 일본이 파기하자 우리는 올 1월까지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초읽기에 몰린 것이다.

배짱을 부릴 처지도 못됐다. 협상이 지연돼 동해바다가 무법천지가 되면 기술이나 장비 등에서 열세인 우리쪽이 손해라고 계산했음직하다. 여기다 새정부의 IMF 극복과 일본과의 관계정립을 위한 정치적 이유때문에도 조기타결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일본이 협상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팔장만 끼고 앉아 있었다.

이럴때 경북도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분쟁조정과 협상기술'을 교육하고 있는것은 늦었지만 중앙정부에 비해 오히려 대조된다. 도 공무원교육원에서 지난주부터 시.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기획반 교육에서 강의를 맡은 영남대 우동기교수는 "공무원 교육이라고 해서 적당히 생각했는데 워낙 진지해서 오히려 강의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게 된다"며 "지방의 공무원부터 자세가 바뀌어가고 있는 증거"라 말했다.

지방자치시대, 주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집단.지역.계층간 이기주의가 갈수록 드세지는 이때 공무원들도 맞춰가야 한다. 이들 집단간 갈등이나 집단과 자치단체간, 광역이나 기초자치단체간의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고 협상하며 또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법은 공무원들이 스스로 익혀야 할 대목이다. 지금 지방자치단체별로 수많은 문제들이 이웃지역간, 계층간 이해다툼속에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외자도입이나 해외시장개척 등 국제간 협상에서도 지방자치단체라고 손을 묶고 있을 수 없는 시대다. 제2의 한일어업협정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젠 지방자치단체도 국제적 시각에서 준비해야 할 때다.

〈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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