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를 피투성이 폭력으로 고발했던 마틴 스콜세지감독의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76년)는 아스팔트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웨스턴물이다.
밤거리를 질주하던 택시운전사가 청소부를 자처하며 사회악을 폭력으로 일소하는 것은 정통 웨스턴의 틀이다. 먼지 풀풀나는 서부의 거리는 뉴욕뒷골목으로, 스미스권총은 매그넘으로, 창 넓은 모자는 인디언 모호크족의 머리로, 무법자들은 포주로 대치될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달착지근한 낭만적 웨스턴과 차별을 이루는 것은 사회를 향해 겨눈 총부리다.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잉태된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라는 허무주의자는 대통령 암살을 꿈꾸다 12살짜리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뉴욕의 '하수구'(창녀촌)에서 건져 내면서 '사회, 너는 무얼하느냐?'고 항변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혈이 낭자한 폭력과 그 폭력을 더욱 증폭시키는 침묵, 그리고 뉴욕 뒷골목을 훑고 지나는 재즈음악은 당시 미국사회에 출렁이던 포르노, 마약, 그리고 사회악에 무관심한 인간군상들에 대한 '고발장'과 같은 것이었다.이 영화가 제작된 것은 유신정권이 한창 기세를 부리던 76년. 베트남전의 상처에 대해 함구할 수밖에 없었고, 또 사회악에 대한 고발과 응징은 정권만이 할수 있었던 때였다.
그러한 시기에 '택시 드라이버'는 대단히 불손한(?) 영화였다. 대통령 암살을 기도하는 내용의-실제 81년 레이건대통령 저격 기도에 단초가 됐던-이 영화가 국내에 상영될 여지는 없었다. 그래서 대학가의 불법 복제테이프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91년 '택시 드라이버'가 영화제작 15년만에 국내에 개봉됐다. "영화는 생물(살아있는 것)이다"란 말이 있다. 시기가 지나면 진가가 퇴색하는 것이다. 특히 '택시 드라이버'같은 사회고발 영화는 더욱 그렇다. 그 15년동안 우리는 '택시 드라이버'를 잃어버린 필름의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약 1분 가량 잘린 채 국내 개봉됐다. 마지막 포주 스폿(하비 케이텔) 일당을 응징하는 장면이다. 계단에서부터 아이리스가 갇힌 방까지 가면서 트래비스는 두자루의 총과 칼로 이들의 손과 이마, 뺨등을 사정없이 난사한다. 매그넘총에 잘려나간 손에서는 피가 솟구치고, 머리에서 터져나온 피는 벽을 흥건히 적신다.
이 부분은 냉정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찍은 '택시 드라이버'의 절정인 장면이다. 스콜세지는 '살해'를 마치 종교적 임무처럼 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당시 공륜은 이 장면에서 특히 잔인하다고 여겨졌던 몇부분에 '가위질'을 단행했다. 손이 잘려나가는 장면과 손바닥에 칼을 찌르고, 권총을 빰에 대고 쏘는 장면등이다.
그래서 '택시 드라이버'는 '수입금지''가위질'로 한국에서 잔인하게 '학살'된 영화로 손꼽힌다.
〈金重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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