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네오-오건 새 장기 개발 생명연장 도전

2050년 대구 어느 종합병원. 교통사고로 심한 상처를 입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다. 심장과 간이 크게 손상됐고 팔과 다리, 갈비뼈도 심하게 부서졌다.

의료진은 환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병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손상된 신체기관과 똑같이 복제된 기관을 주문한다.

이들 기관은 환자가 건강할 때 일부 떼어놓은 조직세포들을 배양해 만든 것. 병원에 도착한 지 한시간만에 대대적인 신체기관 대체수술에 들어갔다. 한달 뒤 환자는 사고 전보다 더 튼튼해진 심장과 간, 팔과 다리를 지닌채 퇴원했다.

70년대 '6백만불의 사나이'는 사고로 잃은 팔다리를 기계로 대체했다. 그러나 미래사회는 다르다. 차가운 금속 신체 대신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로 생성된 신체 장기를 저장창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언제라도 이식받을 수 있다. 10년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지 모르지만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재로선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의과대학과 아동병원 생체조직공학 연구팀은 놀랄 만한 의료기술의 쾌거를 이뤄냈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신체 장기를 동물에 이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식된 장기는 인공방광이었고 수술을 받은 동물은 6마리의 개였다. 물론 이식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들은 아무런 이상없이 잘 자라고 있다. 20년간의 피땀어린 연구가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인간을 형성하는 기본이 되는 정자와 난자는 지극히 단순한 세포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궁에서 결합한 뒤 약 10개월이 지나면 상상할 수 없을 만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많은 세포들로 분화한다. 생체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했다. 특정 세포를 배양하는 특수한 환경이 주어진다면 신체 기관의 일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체조직공학을 통해 인공장기를 생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먼저 특정 생체조직을 복제하고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저세포(Stem Cell)를 생체분해가 가능한 중합체에 결합시킨 뒤 인체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몸 속에서 기저세포가 성장하는 동안 신체 기관이 놓일 위치를 잡아주는 골조에 해당하는 중합체는 자연 분해된다.

다른 방법은 보스턴 연구팀이 개의 인공방광을 만든 것처럼 실험실에서 신체 기관을 완전한 모양으로 만든 뒤 이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우선 개들의 방광으로부터 근육세포, 방광피부세포를 떼어내 4주간 실험실에서 배양했다. 그런 뒤 개의 실제 방광 크기만한 중합체 위에 이들 세포를 고정시켰다. 근육세포는 중합체 주머니의 바깥면, 방광피부세포는 안쪽면에서 증식시켰다.

충분한 크기의 인공방광이 만들어진 뒤 개의 원래 방광을 떼어내고 인공방광을 이식하는 것이다. 원래 세포를 배양해 만든 덕분에 거부반응은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 개발돼 온 기계적인 인공장기와 달리 생체조직공학을 통해 만들어진 '네오-오건(Neo-Organ;신(新)장기)'은 인체로부터 거부반응이 없는데다 보조장치의 도움없이 이식 직후 독자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게다가 신체 부위에 따라 수명이 며칠에서 몇년에 불과한 기계적 인공장기와 달리 네오-오건은 자연적인 장기와 다름없는 수명을 자랑한다.

현재 전세계 각 생체조직공학 연구팀들은 각자 심장, 신장, 폐, 간, 방광, 혈관, 뼈, 연골 등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생명연장의 꿈'으로 불리는 인공장기 개발이 아득한 미래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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