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현장을 가다-코업 아트 고교

"악기마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 귀기울여 보세요"타악기반. 조심하지 않으면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7명의 학생이 조그마한 그릇을 하나씩 들고 두드리고 있는 수업광경을 보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난타'도 아닌데 그릇 갖다놓고 무슨 악기행세?

9~12학년 전교 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이 반은 타악기 입문반이다.

팻 스미스교사는 진지하다. "모든 게 악기가 될 수 있어요. 두드려 소리나는 것이라면 타악기이죠. 이번 과정은 크기가 서로 다른 그릇들을 두드려보고 그 소리의 차이를 느껴보는 시간입니다"

초급반이지만 예비과정을 거친 학생만 들을 수 있는 수업이기도 하다. 밴드부 과정을 먼저 이수해야 되는 것이다.

"앞으로 북, 종, 마림바(목금의 일종), 철금 등을 배우게 됩니다" 스미스 교사는 이 반의 목표는 학생들이 밴드부의 일원으로 훌륭히 참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1, 12학년 대상인 작곡반 수업은 또 다르게 진행됐다.

서너 명으로 한 조를 짠 학생들은 먼저 음악사를 읽고 흥미있는 시대를 주제로 선정해 이에 관한 책을 더 읽은 뒤 작곡을 하는 식이었다. 고학년 수업이어서 그런지 외부 전문강사가 나오는 적도 많다.

"하루 두세 시간씩 예술수업을 합니다. 다른 학교는 오후 2시가 되면 학교를 마치지만 우리는 이 때문에 두시간쯤 늦어져요. 그래도 예술수업이 가장 기다려집니다오선지를 메워나가던 메리 올리버양의 말처럼 이 학교는 하루 두세 교시를 예술수업으로 배정해두었다.

저학년은 3, 4교시, 고학년은 5, 6교시를 자기가 선택한 예술수업반에서 보낸다. 이때 효율을 위해 두 교시를 나누지 않고 연이어 수업하는 게 보통.

마지막 9교시 역시 보충수업 또는 특별활동에 활용하는 시간.

"예술과정 수업시간이 하루 2, 3교시로, 정규과정 6교시의 절반에 못미치지만 수업비중은 50대50으로 동등하게 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예술을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케쓰 커닝햄 예술담당 교감은 이런 점이 예술 마그넷학교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10학년 유화반.

드로잉 기초를 익힌 뒤 색이론과 유화 기본을 배우는 과정이다. 학생 6명이 물감, 붓 등이 흩어져 있는 교실 곳곳에서 책상 하나를 차지하고 드로잉에 열심이다. 교사 역시 책상을 오가며 개별지도에 바쁘다.

"이 과목에 개설된 과정이 가장 많아서 미술을 선택했어요. 지금은 이것저것 배우는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유화를 깊게 해볼 작정입니다"

존 매리슨군의 말처럼 이 학교 학생들은 예술 5과목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

"브람스는 각 예술과목을 두루 배우는 기본과정에 중점을 둡니다. 우리는 브람스와 같은 기본과정 없이 바로 1개 과목을 택하는 심화과정 위주이지요"

그러나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중 실제로 예술을 전공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고 커닝햄 교감은 밝혔다. 학생들이 직업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평생친구, 평생취미로서의 예술로 삼더라는 얘기다.

이 학교의 또다른 장점은 미국사회 인종구성의 전형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인종별로 거주지역이 뚜렷이 나뉘는 미국사회 특성상 학군제를 따르는 일반 학교는 지역별로 백인학교, 흑인학교라는 구분이 가능하다.

"저런 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아무래도 인종문제에 편견을 갖거나 서투르게 대응하기 십상"이라는 게 커닝햄 교감의 주장.

시 전역에서 지원자를 받는 이 학교의 학생 인종 구성비는 놀랍게도 사회전체 구성비를 똑 닮아서 인성교육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 학교는 인기가 좋다. 100명 모집에 1천명 넘게 몰린다. 다만 "오디션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싶은데 추첨으로 뽑는 게 불만"이라고 커닝햄 교감은 투덜댔다.

〈李相勳기자〉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나

앞서 소개한 브람스가 예술마그넷 중학교라면 코업은 예술마그넷 고등학교이다. 9~12학년을 개설해두고 일반 고교과정을 가르치는 한편 특별히 예술분야에 역점을 두고 심도있게 가르친다.

학교 정식명칭은 코업 아트 앤 휴머니티 고교(Cooperative Arts & Humanities Magnet High School).

'협력'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학교 연혁과 상관이 있다. 1980년 뉴헤이번시와 인근의 함덴시 당국이 합동으로 고교를 세우면서 '협력'이란 단어를 넣은 것. 이후 브람스를 승계할 수 있는 마그넷 고교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85년 이 학교를 전환시켰다.

정규과정에는 영어, 외국어, 수학, 과학, 체육, 역사, 사회, 기술 등이 있다. 영어 한 과목에만 영문학, 미국문학, 소설, 시, 여성문학 등 13개 과정이 개설돼 있고, 외국어로는 불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라틴어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해놓았다.

중점을 두는 예술과목에는 창작, 음악, 연기, 미술, 무용 등 5개 과목이 있는데 각 과목은 10~21개나 되는 과정들로 다양하게 채워져 있다.

창작 한 과목을 보면 습작 기본, 창작 개론, 희곡 창작, 소설 창작, 시 창작, 영화대본 창작, 신문기사 창작 등 10개 과정이 있어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음악에는 음악개론, 합창, 전자음악,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취주악대, 재즈악대, 오케스트라, 작곡 등 19개 과정이 있다.

연기에는 연기 기초, 연기 동작, 셰익스피어 워크샵, 촬영 등 12개 과정이 개설돼 있다.

미술에 개설된 과정은 디자인, 드로잉, 3차원예술, 유화, 사진, 조각, 그래픽, 편집, 비디오제작 등 무려 21개나 된다.

무용에는 발레, 근대 재즈, 미국무용 등 10개 과정이 있다.

이밖에 컴퓨터미술, TV프로그램 제작 같은 특별활동과 외부 기관 및 단체와의 합동 프로그램도 많다.

레지나 워너 교장은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가까이 되는 고교가 많은 데 반해 우리는 과목에 따라 적게는 10명, 많아봐야 25명을 넘지 않는다"고 밝힌 뒤 "학생은 적고 상대적으로 교사가 많은 만큼 다양한 시간표를 짤 수 있다"고 자랑했다. 98년 가을 현재 학생 400명에 65명의 교사가 있어 학생 대 교사 비율은 7대1 정도교사진은 정규과정 담당 35명에 예술전담 3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직업 예술인 7명을 초빙해 전문성을 높인 것도 특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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