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김현철 개입여부 밝혀내야

광주민방(民放)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연루자들의 특성으로 미뤄 김영삼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개입된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힌 이번 광주민방 비리내용을 요약해보면 문민정부출범 전후 실세였던 전병민씨가 대신증권 이준호사장으로부터 광주민방 낙점대가로 15억5천만원을 받은후 1년후 이중 10억원을 되돌려 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현철씨의 대선자금관리인인 이성호 전 대호건설대표가 전씨의 부탁을 받고 대신증권에 10억원을 대신 갚았고 뒤늦게 대신증권측은 다시 이돈을 대호측에 되돌려줬다는게 골자이다.

물론 전씨는 검찰이 밝힌 15억5천만원은 잘못됐다며 12억원을 연구소설립자금조로 받았다가 1년후 이 돈이 민방비자금인줄 알고 13억원을 대호측에서 빌려 갚아줬고 액수의 차액은 '배달사고'로 추정하는 해명을 했다.

여기서 우리가 의혹을 갖는건 돈의 경로나 관련자들이 모두 김현철씨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우선 전병민씨는 92년대선부터 문민정권출범 전후의 막강한 실세였고 김현철씨와도 막역지간인 것으로 알려진 인물. 또 대호건설 이성호 전대표는 김현철씨의 비자금 50억원을 대신증권에 맡겨 관리해온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수사를 더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봐 광주민방 비리의 핵심은 검찰도 지적했듯이 일단 김현철씨로 지목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번째는 로비를 했던 대신증권측이 단순히 전병민씨만을 믿고 거액을 줬겠느냐는 점이다.

전씨가 실세로 행세할 수 있는 배경에는 김현철씨라는 인물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단순히 문민정권의 정책 수석비서관으로 떠올랐다가 곧바로 낙백한 그에게 뭐를 믿고 로비를 했겠느냐의 의문에서도 쉽게 짐작이 간다.

세번째는 돈을 주고 받은 경로를 보면 김현철씨의 비자금을 관리한 시스템에서 돌고 돌았다는 점이다.

전씨가 돈을 받고 김현철씨의 비자금 관리인이었던 대호건설 이성호 전대표가 10억원을 선뜻 전씨에게 빌려줬으며 이 돈은 또다시 대신증권측에서 대호쪽으로 되돌아 왔다.

또 전씨의 한마디에 대호측이 선뜻 10억원이란 거액을 빌려줄 수 있는 점도 간과해 버릴 수 없는 중요 대목이다. 여기엔 어떤 '힘있는 목소리'의 개입이 없으면 불가능한게 상식이다.

검찰은 일단 이같은 의혹부터 말끔히 가시게 할 중대한 책무가 있음을 우선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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