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향방 가늠할 풍향계

30일 실시되는 서울 구로을 등 수도권 재.보선이 막판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이번 재.보선 결과가 향후 정국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라는 점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선거는 김대중(金大中)정부 1년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내재돼있다. 그래서 선거 결과는 여야 간의 정국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이 주창하고 나선 '젊은 인물 수혈론'과 두 여당간의 내각제 전쟁, 한나라당의 당내세력 움직임, 정치개혁 협상 등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각 당이 국회를 열어 놓고도 재.보선에 매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선 여권이 3개 지역에서 전승할 경우, 관심의 초점은 한나라당이 될 것 같다. 이회창(李會昌)총재가 비주류측의 '재.보선 참패 책임론'공세에 정면으로 노출되면서 이총재측의 '16대 총선 대안부재론'은 위기에 직면하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주.비주류 간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또 여권이 재.보선 승리를 발판으로 김대통령의 개혁작업을 가속화한다면 여야 관계는 다시 대결국면으로 급변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1곳이라도 승리한다면 정국은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체면치레'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시흥에서 이긴다면 이기택(李基澤)전부총재는 자신의 지분을 요구할 정도로 당내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자민련이 1석을 확보한다면 두 여당은 양당 공조체제를 강화하면서도 자민련의 목소리가 높아져 '내각제 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한나라당이 2승을 한다면 정국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국민회의가 구로을만 확보한다면 공동여당은 선거패배의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홍역을 치르게 된다. 그럴 경우 수도권 입성에 실패한 자민련은 내각제 공방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이고 양당공조는 삐걱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이총재 체제를 굳히면서 대여 주도권의 고삐를 바짝 죌 것이고 김대통령은 '정치권 물갈이 구상'을 전면에 내세워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선거구제도 변경 문제를 비롯한 정치개혁 협상도 선거 결과에 따른 여야간의 이해득실에 따라 쉽게 타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徐明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