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에 이르는 기로에서 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그 길이 역사적 갈림길이라면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게 된다.
삼국시대부터 해방공간까지 전환기의 인물들을 재조명한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푸른역사 펴냄)은 역사적 기로에서 우리 선조들이 왜 그 길을 선택해야 했는지 그 행보를 통해 한국사의 운명을 되짚어 보고 있다.
한림대 오수창교수 등 소장학자 18명이 공동으로 쓴 이 책은 흥미위주의 재미있는 역사서의 흐름을 경계하고 우리 역사속에서 문제의식을 제기한 점이 미덕이다. 평가의 도마위에 오른 인물은 모두 31명. 연개소문에서부터 해방정국에서 남북한 모두를 조국으로 생각하다 암살당한 몽양 여운형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전환기에 섰던 인물들을 네가지 유형별로 살펴보고 있다.
먼저 통일을 향해 나아갔던 인물군을 손꼽을 수 있다. 연개소문과 김춘추, 왕건과 궁예·견훤, 여운형 등. 통일을 이뤄낸 인물과 함께 시대를 잘못 읽어 역사의 급류에 밀려 쓰러져간 인물을 통해 역사적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개혁의 갈림길에 선 인물도 있다. 묘청, 정지상, 김부식, 이색, 정도전, 조광조 등이 그들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자신의 시대에 걸맞지 않게 현실의 급격한 개혁을 요구하다 실패한 길을 걸었지만 역사의 바른 방향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패한 역사는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광해군, 최명길과 김상헌, 고종과 명성황후 등 국가의 존망을 걸고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내린 결단은 민족적 위기에서 올바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케 한다. 또 최치원, 이규보, 이승휴, 정약용처럼 행위양식의 선택에 고민했던 인물들로 역사적 국면마다 타협과 지조, 은거와 입신, 저술과 투쟁 등 양극단을 오가며 자신의 길을 선택한 지식인들은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인의 자화상이다.
특히 김춘추와 연개소문, 묘청과 김부식, 이승휴와 이제현, 조광조와 중종, 최명길과 김상헌, 전봉준과 김옥균처럼 동시대를 살면서 뚜렷이 대비되는 길을 걸었던 라이벌을 통해 그 시대사를 재구성함으로써 독서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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